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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자존감 높였던 (여자)아이들… '나는 퀸카' 역주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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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영화, 드라마, 가요, 연극, 미술 등 문화 속에서 드러나는 젠더 이슈를 문화부 기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 봅니다.
“실례합니다, 여기 계신 모두/ 야한 작품을 기대하셨다면/ 오, 아임 쏘리, 그딴 건 없어요, 환불은 저쪽” (’누드’ 가사 중)
그룹 (여자)아이들은 남성에게 받는 사랑을 중시했던 과거 걸그룹들의 서사를 전복하는 가사로 화제가 됐다. 정규 1집 앨범 타이틀곡 ‘톰보이’와 미니 5집 앨범 '누드' 등은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여성을 타자화하는 분위기를 꼬집었다. 이들이 지난 15일 내놓은 미니 6집 앨범 타이틀곡 ‘퀸카’가 논란이다. 이들은 주체적 여성 서사를 강조하지만, 표현방식에서 자신들이 그렇게 기피하던 여성 아이돌의 성적 대상화를 답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퀸카’는 "중요한 건 겉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여자)아이들의 리더 소연은 최근 ‘퀸카’ 발매 기념 제작발표회에서 "'퀸카'는 영화 '아이 필 프리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이 필 프리티’(2018)는 외모 콤플렉스가 심한 주인공이 머리가 다치면서 자신이 예뻐졌다고 착각하게 되는 미국 코미디 영화. 주인공은 외모가 그대로이지만 높아진 자존감 덕에 실제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맞는다. 소연의 말과 달리 ‘퀸카’의 가사와 퍼포먼스는 성적 대상화를 재현한다. ‘퀸카’는 단순하게 반복되는 가사에 “킴 카사디안처럼 섹시”하고 “아리아나 그란데처럼 예쁘다”고 자아도취하는 내용 일색이다. 멤버들은 짧은 치마와 크롭탑을 입고 특정 신체 부위를 치켜올리는 안무를 선보인다.
곡의 취지와 실제 퍼포먼스와의 괴리는 외모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강요받는 K팝 걸그룹의 현실 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의 ‘보디 포지티브’(사회가 부여한 이상적인 미적 기준에서 벗어나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운동)가 설득력이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이 미녀의 전형에서 벗어난 인물이었기 때문. 그러나 ‘퀸카’를 부르는 (여자)아이들을 포함해 국내 걸그룹은 여전히 바비인형 같은 외모와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스타일을 포기할 수 없다. 박희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은 K팝 걸그룹의 당당한 이미지 이면에 혹독한 다이어트, 두꺼운 메이크업 등 외모 강박이 있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겉모습과 상관없는 자존감을 외치는 게 공허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기만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퀸카' 논란에도 불구하고 걸그룹이 여성 주체성 서사의 발화자로 나서는 것, 그러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 자체를 비판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희아 평론가는 “’당당해지자’며 다소 막연한 메시지만 전한 전 걸그룹들과 달리 (여자)아이들은 여성의 자존감에 대해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며 “걸그룹이 주체적인 여성의 이야기를 보다 상세하게 풀어낼 수 있는 이런 시도는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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