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혐오하고 내부 갑질하는 인권위 상임위원

입력
2023.05.25 04:3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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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성소수자 혐오 문구를 결정문 초안에 적었던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이 위원은 본인을 진정한 내부 직원에게 보복성 징계를 언급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퇴할 내용은 아니다”며 너무 당당한 자세다. 이런 반인권적인 인사가 인간 존엄을 지키는 인권위에 몸담고 있다는 게 참담하다.

이충상 위원은 최근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 결정문 초안에 소수의견으로 성소수자 혐오 문구를 담았다. ‘군대 내 두발 규제가 인권침해라는 것을 훈련병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권고안에 반대하면서 ‘게이(남성 동성애자)들이 스스로 좋아서 기저귀를 차고 사는 경우에도 인권위가 인권침해를 인식시켜줘야 하는가’ 등의 허위 혐오 표현을 적었다고 한다. 다른 위원들의 반대로 최종 결정문에 담지는 않았지만, 이런 표현을 초안에 남기려 했다는 것만으로도 인권위의 권위에 먹칠하는 일이다.

내부 갑질 의혹도 제기됐다. 이 위원은 대통령 풍자만화에 대한 조사가 불공정하고 편파적이었다며 담당 조사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댓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가 인격 침해로 진정을 당했다. 그런데 이 위원은 피진정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그 조사관을 징계해야 한다. 지금 징계 않으면 내가 위원장이 돼서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인권단체 등에서 사퇴 요구가 들끓지만 자성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제 열린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도 그는 “초안에 썼다가 바로 삭제했기 때문에 사퇴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직장 내 갑질에 대해서도 “(해당 조사관이) 충분히 징계받을 사안”이라고 했다.

판사 출신의 이 위원은 작년 10월 국민의힘 추천으로 상임위원으로 선임될 때부터 자격 논란이 많았다. 후배 판사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지난 대선 윤석열 캠프 사법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해 보은성 인사라는 말들도 있었다. 이 위원이 자진 사퇴할 뜻이 없다면 인권위가 제대로 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내부 인사의 반인권적인 처사에 눈을 감는 인권위가 어떻게 국민 인권 보호를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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