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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 기준이 뭐냐"... 집회 강경 대응 경찰 지휘부에 현장은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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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엄정 대응의 기준이 무엇이냐” “이 더위에 정신 재무장을 위해 고강도 훈련을 한다고?”
최근 과격 집회ㆍ시위에 대응해 법 집행을 엄격히 하라는 메시지가 대통령실과 정부ㆍ여당에서 동시에 발신되고 있다. 그러자 경찰 지휘부도 지시에 발맞춰 부리나케 각종 대책을 쏟아내는 중이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정신을 재무장해야 할 만큼 시위 문화가 퇴보한 것인지,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날부터 내달 14일까지 ‘경찰청 및 각 시ㆍ도청 경찰 부대 훈련’ 을 실시한다. 참여자가 경찰의 명령에 불응하는 상황을 가정해 집회ㆍ시위를 해산하고 불법 행위자를 검거하는 게 주된 교육 내용이다. 불법집회 해산을 명목으로 훈련이 진행되는 건 2017년 3월 이후 6년 2개월 만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 2일’ 노숙집회가 방아쇠를 당겼다. 음주, 노상방뇨 등 일부 노조원의 일탈에 비판 여론이 조성되자 윤석열 대통령부터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했고, 당정도 엄정 대응을 주문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역시 18일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일상의 평온을 심대하게 해친 불법집회에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먼저 시위 강경 대응에 군불을 때자, 경찰 지휘부가 즉각 호응한 것이다.
일사불란한 ‘윗선’의 기조와 달리 경찰 내부에선 적잖이 당혹스럽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한 경찰관은 “2017년 이후 살수차 사용이 금지되는 등 경찰이 시위 진압에 물리력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나 법원도 집회 참가자들의 권리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강경하게 대응할 토대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집회ㆍ시위를 다루는 기동대 출신의 다른 경찰 간부도 “엄정 대응의 기준이 불분명한 것만 봐도 정치적 메시지라는 사실을 입증한다”며 “수뇌부 논리대로라면 지금까지 경찰이 법 집행을 안 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의 건설노조 노숙집회 대응이 미진했다는 사실관계 자체가 틀렸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랫동안 집회 관리를 해온 경찰 고위관계자는 “시민 불편을 초래한 원인에 대해선 재발 방지책이 필요하지만 3만 명이 참가한 큰 집회에서 폭력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어떤 근거로 부실 대응 운운하는지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의무경찰 제도가 폐지되는 등 갈수록 심해지는 인력난 탓에 현장 경찰의 피로감이 가중된 것도 반발을 부르는 요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3만519명이었던 경찰 기동대 규모는 이달 기준 1만2,033명으로 60% 넘게 줄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보유한 서울경찰청 기동대도 같은 기간 7,800명에서 4,600명으로 감소했다. 당정은 ‘면책 조항 신설’을 당근책으로 제시했지만, 이 역시 “돌발 상황을 전부 아우를 수 없다”며 실효성을 의심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여기에 일선 경찰관들은 내부 분위기를 묵살하는 듯한 지휘부 태도에 분노를 넘어 허탈감마저 느끼고 있다. 지휘부가 “직원들의 훈련 불만 및 비난을 감수할 것”이라고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공개 커뮤니티 등엔 격앙된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경찰관은 “노동절, 기시다 방한, 1박 2일 집회 등 5월 들어 쉴 틈 없이 일한 직원들에게 격려나 포상휴가는 주지 못할망정 이게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선서 경정급 간부도 “기동 인력은 이미 ‘번아웃(기력 소진)’ 상태라는 점을 지휘부가 알고나 있긴 한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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