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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 사퇴는 책임정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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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거액의 가상자산 거래 의혹에 휘말린 김남국 의원은 지난 14일 “정치공세에 맞서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이후 검찰수사가 본격화되고 여야는 국회윤리특위를 가동했다. 의원직 제명까지 강행될지가 세간의 관심사가 됐다. 여당은 스스로 사퇴하라고 연일 압박하는 중이다. 의원직 사퇴는 책임정치 구현일까. 진정성에서 나오는 행위이거나 ‘충격효과’를 노리는 승부수, 궁지에서 벗어나는 고육책 등 의도는 다양하다.
□ 2021년 8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사례가 자주 비교된다. 여당의 임대차3법 강행처리에 반대하며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연설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국민권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로 부친의 농지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됐다. 부친이 2016년 세종시 논을 사들였으나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아 문제가 된 것이다. 당지도부는 대표적 경제전문가인 그를 말렸으나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한다”며 의원직을 내던졌다. 진영의 이익을 위해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전략적 선당후사 사례다.
□ 소신만으로 사퇴한 경우는 드물다. 중도보수 또는 개혁적 보수의 대표적 이론가인 박세일이다. 2004년 17대 국회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영입된 그는 정책위의장으로 중용됐다. 이듬해 한나라당이 행정수도 이전에 동의하자 “국가적 재앙이 된다”며 반대성명을 내고 바로 사퇴했다. 중량감 있는 학계출신이 초선의원이 되자마자 정책적 신조로 거침없이 내려놓은 것이다. 대단한 자존심과 강단으로 회자됐다.
□비분강개형도 있다. 박정희 정권의 한일국교정상화 반대시위로 들끓던 1965년 6월 3일. 1만여 명의 시위대가 광화문까지 진출했고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최초의 통합야당 민중당이 탄생하고, 6월 22일 한일기본조약이 체결된다. 이 협정으로 평화선은 철폐됐고,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는 일본정부의 임의적 처분에 맡겨졌다. 한국은 ‘독립축하금’을 받았다. 굴욕회담을 용납할 수 없다며 야당의 윤보선, 김도연, 서민호, 정일형, 김재광 등 8명이 의원직을 던졌다. 총사퇴 결의를 남발하는 정치권이 실제로 집단사퇴한 경우는 이때가 유일하다. 신념에 찬 정치 본연의 멋스러움이나 지사적 풍모가 느껴지는 옛 거목들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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