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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는 왜 커스텀에 마음 뺏겼나..."업데이트 동시에 품절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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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강모(25)씨는 친한 동생 생일을 맞아 커스텀 케이크를 샀다. 갓 스무 살이 된 동생 이름을 새긴 초록 소주병 모양 케이크. 흔히 떠올리는 '흰 생크림에 딸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강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를 통해 커스텀 업체를 알게 됐다. 그는 "기성품으로는 특별한 의미를 담는 데 한계가 있다"며 "비용이 더 들어도 한 사람만을 위한 개성 있는 제품을 산다"고 말했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커스텀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커스텀이 주는 차별성이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MZ의 성향과 맞아떨어진 것. 특히 1020세대를 겨냥한 SNS 중심의 커스텀 업체들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인스타그램 게시물, 라이브 방송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다이렉트 메시지(DM), 카카오톡으로 고객과 소통한다. 7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커스텀'을 검색하면 60만 개 가까운 게시물이 나온다.
그중 에어팟, 의류, 가방 각 분야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커스텀 업체 대표 세 명을 만났다.
현대인의 필수 아이템 무선 이어폰. 이제는 소리만 잘 들린다고 다가 아니다. 단조로운 흰색을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담는다. 커스텀 전문 업체 '피오아이(P.O.I)' 이명일(40) 대표가 5년 전 한국에서는 최초로 에어팟 커스텀을 시작했다. 주 고객층은 단연 20대. 가장 매출이 높을 때는 한 달 주문이 100건을 훌쩍 넘었다. 그 덕에 밤샘 작업은 일상이 됐다.
독특한 점은 '연예인 선물용' 주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 20대 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배우, 운동선수, 프로게이머에게 선물한다. '피오아이 커스텀 이어폰 없는 연예인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 이 대표는 "팬덤 문화가 유행에 가장 민감하고 빠르게 확산한다"며 "한국 커스텀 시장 발전에 팬덤이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무선 이어폰뿐 아니라 소화기, 조화, 심지어 냉장고까지 작업한다. 기업·미술관과도 협업해 소품을 커스텀한다.
고객 취향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단색, 무채색 커스텀 요청이 대다수였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색깔, 그러데이션, 유·무광 등 요구의 폭이 넓어졌다. 이 대표는 끊임없는 연구와 연습으로 고객이 원하는 색, 그림, 3D 입체 디자인까지 어떤 것이든 완성도 높게 표현해낸다. 그는 "자동차 같은 특정 분야에 한정됐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실생활에 쓰는 물건을 커스텀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고객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아디다스 후드티와 폴로 니트. '얘문마켓'은 누구나 옷장에 하나쯤 갖고 있을 법한 브랜드 의류를 판매한다. 하지만 그 인기가 남다르다. 상품 업데이트와 동시에 품절 행렬이 이어진다. 특히 10대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 얘문마켓 옷을 입고 '인생네컷'을 찍어 특별한 하루를 인증한다.
10대가 열광하는 이유는 '크롭 커스텀' 때문. 브랜드 구제 의류를 판매하던 유주연(27) 대표는 지난해 '크롭 기장'으로 커스텀한 상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그러자 드물었던 10대 고객이 급증했다. 기존 얘문마켓 주 고객층은 20대 여성. 지금은 10대 40%, 20대 40%, 30~40대 20% 정도다.
학생 고객들은 커스텀 의류를 교복 위에 입는다. "전교에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이라 나만 돋보일 수 있어 좋아한다"고. 똑같은 교복, 비슷한 외투 사이 조금이나마 개성을 뽐내고 싶은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유 대표는 "과거에 비교해 하자가 조금 있는 구제·커스텀 의류라도 신경 쓰지 않고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요즘 10대 고객은 개성 표현에 큰 가치를 둔다는 점을 확실히 느낀다"고 강조했다.
얘문마켓은 긴 바지 아랫단을 잘라 짧은 기장의 치마를 만들기도 한다. 아디다스 트랙탑과 트랙 팬츠를 크롭 커스텀한 투피스 상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유 대표는 "1020세대는 SNS를 중심으로 '난 이런 사람이야'라는 걸 끊임없이 드러내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브랜드에서 이런 가방을 판 적이 있었나?" 나이키, 칼하트를 비롯한 캐주얼 브랜드 로고와 우아한 진주 스트랩이 어우러진 가방.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조합이다. 언제 한정판 출시라도 했던 건가 싶지만 사실은 '켈리인서울'에서 '커스텀'한 제품이다. 박혁진(31) 대표는 '구제 옷'으로 '가방'을 만든다. 신선한 발상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1년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어 약 3만 명을 확보했다. 구매 고객의 80%는 2030. 나머지 20%는 40대 고객이다.
켈리인서울은 매일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신상 가방을 공개한다. 구제 의류로 만들어 모든 가방은 재고가 하나뿐. 원하는 가방 선점을 위해 대기하는 고객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켈리인서울'과 '티케팅'을 합친 '켈케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박 대표는 커스텀의 대중화를 실감했다. 10년 전만 해도 커스텀 제품을 찾는 것은 소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나만의 물건을 찾는 고객이 늘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커스텀의 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그는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면 거침없이 하는 MZ세대의 성향이 커스텀 문화를 발전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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