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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염수 그렇게 안전하면 도쿄만에 버려라" 후쿠시마 어민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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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참고 또 참아가며 노력해 이제야 정상 조업을 하고 있는데 오염수 방류라니요. 후쿠시마 어민들이 무슨 죄를 졌길래 정부는 두 번이나 크나큰 고통을 줍니까.”
일본 후쿠시마현 북쪽의 어촌 신치마치에서 24일 만난 어부 오노 하루오(71)의 말이다. 어업이 가업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5세 때부터 바다로 나갔고, 세 아들도 어부로 일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와 원전 사고로 오노의 삶은 무너졌다.
일본 정부가 올해 여름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방류를 강행해 삶의 터전을 또다시 망가뜨리려 하는 데 대해 오노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일본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를 요구하는 동시에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수많은 생명체가 사는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관심이 없으니 외국 언론들이 제발 도와달라"고도 했다.
-동일본대지진 때 어떤 피해를 입었나.
“어선은 목숨을 걸고 구했지만 쓰나미로 집을 잃었다. 원전 사고 이후 조업이 간신히 재개됐을 때 생선 가격이 다른 지역의 10분의 1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도쿄 어시장에선 후쿠시마산 수산물은 안 사겠다고 했다.”
-조업 정상화를 위해 12년간 어떤 노력을 했나.
“후쿠시마 어민들은 참고 또 참으며 노력했다. 수산물 방사선 자체 검사 기준을 정부보다 두 배 더 까다롭게 했을 정도다. 그 결과 지난해 후쿠시마 생선 가격이 지진 직후의 5배 정도까지 겨우 올랐지만 오염수를 방류하면 도로 급락할 게 뻔하다.”
-일본 정부는 끝내 방류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일방적으로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다. 2015년에 어민들한테 ‘관계자들의 이해를 구하기 전에는 방류하지 않겠다’고 문서로 약속해 놓고서 말이다. 원전 사고는 철저히 대비하지 않은 정부와 기업 때문에 일어났다. 잘못은 그들이 하고 왜 후쿠시마 사람들이 고통을 당해야 하나.”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안전하면 오염수를 도쿄만이나 오사카만에 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왜 또 후쿠시마인가. 아무리 안전하다고 홍보해도 오염수를 방류하면 후쿠시마 수산물이 기피당하는 건 당연하다. 어느 부모가 후쿠시마 수산물을 아이에게 사 먹이겠나. 나도 저렴한 중국산 야채 대신 안전한 일본산 야채를 사 먹는다.”
-정부가 피해 보상을 한다는데.
“보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염수 방류는 수십년 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후손들의 일터도 사라진다는 뜻이다. 바다에 오염수를 마음대로 버려도 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 어민들은 배의 엔진룸에 고인 물을 바다에 함부로 버리면 벌금을 내야 한다. 플라스틱 어망도 바다에 투기해선 안 된다. 그게 당연한 것이다. 바다는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는 소중한 보물이다. 쓰레기장이 아니다.”
-한국 시찰단이 도착하자 일본 정부가 수산물 수입 재개를 요구했다.
“한국에서 후쿠시마 수산물을 사 준다면 어민으로선 정말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수입 재개를 요구하면서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다. 한국은 지금도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는데 오염수까지 방류하면서 수입해 달라고 하면 그게 말이 되는가.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후 여러 나라 언론이 취재를 왔는데 일본 언론은 관심이 별로 없다. 제발 외국 언론의 힘으로 방류를 막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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