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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해결? 비용 저렴?... 물음표 가득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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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와 서울시가 저출생 대책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가사ㆍ돌봄 부담을 줄여 경력 단절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범사업 전부터 비용 부담이나 실효성 측면에서 물음표가 붙는다. ‘아이를 대신 키워주는 정책’보다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는 정책’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24일 “건설업, 제조업, 농어업 등 고용허가제가 적용되는 비전문 취업비자(E-9) 허용 업종에 ‘가사노동자’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내국인이나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했던 가사ㆍ돌봄 분야 취업 문호를 동남아 저개발 국가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날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과 관련해 “관계 부처가 강하게 나가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하반기에 100명 규모로 시범사업에 나선다. 정부가 인증한 민간가사서비스업체가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사용자 가정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최저임금제를 적용하고, 출퇴근 형태로 운영하며, 주거비도 일부 지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니 뭐라도 해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장 돌봄 문제로 고민하는 맞벌이 부부들을 중심으로 “필요하면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아이를 돌봐줄 조부모ㆍ친인척이 없거나 보육도우미를 구하느라 진땀 흘렸던 부부들이 특히 관심을 보인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워킹맘’ 김소영씨는 “보육도우미가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회사에서 일도 못하고 보육서비스업체에 구인 전화를 돌리며 전전긍긍했던 적이 있다”며 “아이가 어려서 손길이 많이 가는 시기에 이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육아 커뮤니티에선 벌써부터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기준으로 최저임금(시간당 9,620원)을 적용하고 각종 수당까지 반영하면 가사노동자 월급은 170만~200만 원 정도로 예상된다. 내국인(300만 원대)과 중국동포(250만 원대)보다 30% 저렴하지만, 금액 자체만 놓고 보면 결코 적지 않다.
그렇다고 임금을 마냥 낮출 수는 없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외국인은 내국인과 똑같은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한국은 인종, 피부색, 성별, 종교, 출신국에 따른 고용 및 직업상 차별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 ‘111호 협약’ 비준국이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최저임금제 적용 없는 월 100만 원 가사도우미’ 주장이나, 오세훈 서울시장의 ‘월 38만~76만 원 싱가포르 가사도우미’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돌봄 노동의 가치와 공공성을 높이려는 고민 없이 값싼 외국 여성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으로 접근하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대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고용주인 업체가 의무 부담하는 보험료와 가사노동자 교육비가 서비스 이용료에 반영될 수 있고, 중개 수수료도 지불해야 한다. 이런 비용이 전가되면 각 가정에서 실질적으로 매달 부담하는 비용은 200만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층 위주로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1970년대부터 해당 제도를 도입한 싱가포르에선 6가구 중 1가구(2019년 기준)가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월 1만5,000싱가포르달러(약 1,470만 원) 이상 고소득 가구에선 6가구 중 2가구가 가사노동자를 두고 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소득 가정의 비용 부담만 덜어주는 꼴이 된다면 정부가 주장하는 제도 도입 취지와 어긋나는 것”이라고 짚었다.
제도 도입 과정에서 돌봄 노동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청소와 빨래 같은 집안일과 달리 보육은 정서적 교감과 교육적 기능이 중요하다. 고용노동부도 “다른 업종보다 한국어능력시험 합격 기준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부모 입장에선 언어 발달 시기에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아이를 맡기는 데 따른 불안감이 크다. 영어권인 필리핀 출신 가사노동자에 대해선 ‘영어 조기교육’ 목적의 수요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IT기업에서 일하는 박선주씨는 “같은 비용이라면 미국 또는 영국식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노동과 보육 전문가들은 국내 돌봄 노동시장의 인력난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값싼 인력이라는 생각만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받아들이면, 되레 인권침해와 미등록 노동자 양산이란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규용 연구위원은 “돌봄 노동시장을 어떻게 정비할지, 돌봄 노동의 전문성을 어떻게 높일지, 질 좋은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지, 좀더 면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취지인 저출생 문제 해결에 실제로 도움이 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이 참고 사례로 언급한 홍콩과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각각 0.7명과 1.0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한국(0.78명)과 꼴찌를 다툰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돌봄 노동시장의 외국인 고용을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여겨선 안 된다”며 “사회적 책무인 돌봄을 개인 부담으로 전가시키고, 가사ㆍ육아는 여성 몫이라는 편견만 강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가사ㆍ돌봄의 외주화’가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 유연근무 활성화,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노동시장 내 성평등, 공공보육 확대를 통해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선결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럽에서도 프랑스(1.8명)와 스웨덴(1.7명), 덴마크(1.7명)처럼 성평등 가치관이 자리 잡았다고 평가받는 국가들의 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김현미 교수는 “성평등 지수가 높은 사회나 돌봄 공동체가 형성된 마을에서 아이를 많이 낳는다”며 “한국의 돌봄 전환 논의에선 국가도 안 보이고, 기업과 사회의 투자도 없고, 남성의 존재마저 지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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