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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판 생존 서바이벌 내놓은 넷플... 여성도 이제 '피지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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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영화, 드라마, 가요, 연극, 미술 등 문화 속에서 드러나는 젠더 이슈를 문화부 기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 봅니다.
이번엔 여성들의 전투 생존 서바이벌이다. 넷플릭스가 '여성 피지컬 시대'에 합류했다. 오는 30일 공개될 오리지널 시리즈 '사이렌: 불의 섬'을 통해서다. 고립된 섬에서 생존 전투를 벌이는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경찰, 군인, 소방관, 스턴트우먼, 경호원, 운동선수 등 특수 직종 여성 24인이다. 여성들은 각자 직업적 특성을 살린 생존법으로 전투를 벌인다. 2020년 웹 예능으로 '마른 몸'만이 정답이 아님을 몸소 알려준 '운동뚱' 개그우먼 김민경에 이어 남성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운동장을 여성들이 누비며 공을 차면서(2021년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여성 피지컬 예능은 최근 2~3년 사이 이미 트렌드가 됐다. 여기에 넷플릭스마저 '강인하고 프로페셔널한 여성'을 위한 생존 서바이벌 판을 깔아주며 이 흐름에 올라탔다. 말 그대로 여성 피지컬의 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날씬한 몸' 낡은 관습 깨고 여성이 운동장 주인공으로
여성의 피지컬 예능은 '마르거나 날씬해야 예쁜 몸'이라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깨뜨리고 있다. 개그우먼 김민경의 웹 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하 운동뚱)이 대표적인 예다. IHQ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프로젝트로 김민경이 골프, 축구, 필라테스 등 온갖 운동에서 뜻밖의 재능을 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결국 지난해 사격 국가대표에도 발탁됐다. 애초에 표준 체중보다 많이 나가는 김민경의 건강을 시청자들이 걱정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지만, 편견은 보기 좋게 깨졌다. 뚱뚱한 몸을 희화화하기에 바빴던 미디어의 구태의연한 문법도 달라졌다. 황진미 대중문화 평론가는 "미디어에서 '섹시하거나 귀여운 몸' 등으로만 소비되던 여성의 몸에서 벗어나 강인한 여성의 몸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여기에 남에게 보이기 위한 몸을 넘어 스스로 노력한 결과로서의 몸이란 의미가 더해졌다"고 분석했다.
축구하는 여성들을 다룬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팀 운동인 만큼 연대가 더 강조됐다. 승부욕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개개인의 노력이 모여 팀이 성장하는 서사가 돋보인다. 김교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그간 콘텐츠들은 남성이 주도권을 쥐고 운동을 모르는 여성에게 가르쳐주는 모습을 보면서 '여자들도 이런 걸 좋아하네'라는 식의 타자화된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제는 당사자성이 두드러지고 여성 스스로 성장 욕구를 드러내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짚었다.
경찰·소방관 등 강하고 프로페셔널한 여성들의 서바이벌로 진화
이 흐름 속에서 '사이렌'은 강하고 프로페셔널한 여성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경찰, 소방관, 군인 등 출연진들의 직업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해당 직군에서 소수이거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에 시달리는 경우가 흔하다. '사이렌'의 소방팀 리더 김현아는 24일 제작발표회에서 "소방관은 현장에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잘하고 있는데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능력을) 의심받고는 했다"면서 "이 방송을 통해 이미 잘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성 피지컬을 앞세운 '사이렌'의 공개 후 맞닥뜨릴 과제 역시 편견의 극복이다. "'여자치고는 잘한다'는 이야기를 절대 듣고 싶지 않다"는 이은경 PD는 "출연진들은 여자 소방관, 여자 군인, 여자 경찰이 아니고 소방관, 군인, 경찰을 대표해 나오신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PD는 "기존 서바이벌 예능이 남성 위주로 진행됐고, 출연진들의 직업군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주로 남성인 만큼 본 적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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