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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상관 성희롱, 신고도 묵살…바뀐 것 없는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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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전투비행단에서 병사들이 여성 상관들을 장기간 모욕하고 집단으로 성희롱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들은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당직 인수인계 대장에 여성 간부들 이름과 사진을 붙여놓고 외모를 평가하며 성희롱을 일삼았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군 기강에 말문이 막힌다. 고 이예람 중사와 또 다른 부사관이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게 불과 2년 전이다. 소중한 청년들을 잃고도 성비위를 끊어내지 못한 공군 실상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해당 부대 간부들은 지난 3월 접수된 신고로 병사들의 집단 성희롱을 파악했지만, 즉각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대대장에게 보고는커녕 오히려 신고자에게 2차 가해 운운하며 문제의 파일을 삭제하라고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은 언론이 취재에 들어가자 그제서야 보고 체계에 있던 간부들을 징계 입건했고, 전역한 가해자들을 민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사건을 쉬쉬하고 은폐하려다 두 달이 지나서야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것이다. 2년 전엔 성추행을 신고한 이 중사를 회유·협박하며 사건을 덮으려 했고, 지난해엔 같은 부대에서 또 성추행당한 하사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던 공군의 모습과 판박이다.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조직 전반에 여전히 만연해 있는 후진적 성인지 감수성과 남성 중심의 경직된 병영문화를 탈피하는 것도 시급하다. 가해자들이 전용 컴퓨터에 별도 파일을 만들어 여성 상관에 대해 입에 담기 힘든 모욕적인 표현들까지 남겼다는 건 그간 군이 요란하게 발표했던 교육 약속이나 개선 노력에 실효성이 없었다는 의미다.
외부와 단절된 채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따라야 하는 군 조직 특성상 군 스스로 변화 의지를 확고히 하지 않으면 언제 또 비슷한 성추행, 성희롱이 반복될지 모른다.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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