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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판 도가니 사건' 가해자가 초등학교 담임교사"…경기도교육청, 감사 착수

입력
2023.05.23 16:30
수정
2023.05.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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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범에게 교육받지 않도록 해달라"
수원 한 초등학교 가해자 재직 의혹
고교생 16명이 여중생 성폭행한 사건
불구속 수사에 소년보호처분 그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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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미성년자를 집단 성폭행해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던 사람이 수원지역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됐다는 폭로와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했다. 의혹이 제기된 교사는 현재는 학교에 근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22일 본보와 통화에서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교사가 교원으로 근무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근무하지 않고 있다"며 "수원교육지원청에서 해당 교사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교사가 언제까지 학교에 근무했는지 등에 대해선 "감사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2010년 대전 지역에서 있었던 지적장애 미성년자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지인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당시 가해자가 현재 수원 광교 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2010년 대전 지역에서 있었던 지적장애 미성년자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지인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당시 가해자가 현재 수원 광교 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논란은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적장애 미성년자 집단 강간범이 초등학교 교사, 소방관이 되는 미친 일이 벌어졌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오며 시작됐다.

가해자의 지인이라고 밝힌 작성자가 언급한 사건은 2010년 대전 지역에서 벌어진 일명 '대전판 도가니 사건'이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남학생 16명은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여중생(당시 13세)을 집단 성폭행했다. 이들은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건물 옥상에서 서로 망을 봐주기도 하면서 한 달간 여러 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성폭행했다. 피해자는 지적장애 3급, 신체장애 4급의 장애아동이었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지만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에 그쳐 국회 국정감사에도 올랐다.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불구속된 가해학생 16명 부모의 직업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외압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법원 판단은 솜방망이 처분이었다. 대전지법 가정지원은 2011년 12월 27일 16명 전원에게 소년법상 보호 처분(1년간의 보호관찰, 교화교육 40시간)을 내렸다. 보호처분은 형사처벌이 아니어서 전과로 남지 않고, 범죄경력 자료에도 기록되지 않아 교사나 소방관 등 공직을 맡는 데 지장이 없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의 부친과 가해자들이 합의했고, 가해자들이 모두 고등학교 3학년 진학 예정인 학생들로서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간청하고 있다"고 선처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은 2012년 다시 한번 논란이 됐다. 16명 중 한 명이 담임교사로부터 '봉사왕' 추천서를 받고 수도권 소재 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작성자는 "피해자는 강한 처벌을 원했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무죄라고 볼 수 있는 소년 보호처분을 받았다"며 "이 중 몇몇은 광교 한 초등학교의 담임교사, 소방관 등 공직에서 일하며 완벽하게 신분 세탁을 할 수 있었다"고 썼다.

폭로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선 "강간범에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듯이 내 자녀 또한 강간범에게 교육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이 강간범임에도 학교 추천을 받아 명문대에 입학했을 때도, 대기업에 합격했을 때도 침묵했지만 내 자녀가 그들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위협마저 참지는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디 강간범 교사, 강간범 소방관들에게 교육받고 구조받지 않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이번 사건을 공론화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 글은 광교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됐다.

경기도교육청 감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 2개월가량 걸릴 전망이다. 다만 처분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해당 사건이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의 임용 전 발생한 데다, 법적으로 모든 처벌이 끝났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면밀히 조사한 뒤 적법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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