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팀장급 직원 사망에 이례적으로 대책위까지 만든다

입력
2023.05.23 16:00
수정
2023.05.23 16: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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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직원 한강변서 숨진 채 발견
'과로로 극단적 선택' 주장도
정호영 사장 "책임 회피 않겠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LG디스플레이 제공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가 최근 발생한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독립적 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책을 만들기로 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임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이메일을 보내 최근 직원 사망 사건에 대해 "사외이사진 주도로 독립적인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메일에 따르면 정 사장은 새로 구성되는 대책위에 사망 원인 등 전후 상황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찾고 근본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까지 맡길 예정이다. 그는 대책위에 절대 관여하지 않겠다면서 "책임져야 할 문제가 있다면 그 역시 회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가 대책위를 꾸리게 된 것은 19일 LG디스플레이 소속 팀장급 직원이 서울 여의도 인근 한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 때문이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으로 보고 유족에 시신을 인도했다. 유족은 경찰 조사에서 "팀장으로 승진한 뒤 업무가 과중해 힘들어했다"고 진술했다.

사건이 알려진 후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을 중심으로 "이 직원이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며 논란이 커졌다. 정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이 직접 거론되기도 했다.

이 커뮤니티에서 스스로 LG디스플레이 직원이라 소개한 게시자들은 "보고만 받고 제대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해 여러 차례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열흘, 한 달 밤샘 근태를 모두 채우며 무료봉사하는 것이 일상이고 뇌출혈로 쓰러진 직원도 있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 내려간 상태지만 경찰은 해당 게시글과 관련해 회사 상급자 등의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입건 전 조사(내사)에 들어갔다.

정 사장은 "CEO(최고경영자)로서 회사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업무와 애로사항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써왔는지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한 진단과 개선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이뤄져 왔는지 뼈아픈 성찰을 하고 있다"며 고인과 구성원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아울러 고인이 평소 회사를 사랑했고 고인을 오래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는 유족의 바람도 이메일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현우 기자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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