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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습관 버리게 돕는 AI, 보험료로 연결되는 세상에서 중요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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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로봇, 우주가 더는 멀지 않은 시대입니다. 다소 낯설지만 매혹적인 그 세계의 문을 열어 줄 SF 문학과 과학 서적을 소개합니다. SF 평론가로 다수의 저서를 집필해 온 심완선이 <한국일보>에 4주마다 금요일에 글을 씁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초고를 쓴다는 작가를 여럿 보았다. 나도 스마트폰으로 글을 메모한다. 그리고 간혹 옛날에 들었던 어느 교수님의 말씀을 생각한다. 엄지나 검지만 쓰는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는 불편할 수밖에 없으므로 키보드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미래가 된 지금은 정답이 드러났다. 스마트폰은 언제나 어떤 자세로나, 무엇을 하고 있었든 바로 글을 입력할 수 있기에 압도적으로 편리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행동은 거의 자동화되어 있기에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덜 든다는 점도 중요하다. 예전과 같은 글쓰기 행위를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보이지 않는 요소다. 나는 기술로 인한 변화상을 알맞게 단언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 일화로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로 인한 변화상을 종합적으로 예측하기, 그 작업을 위해 'AI 2041'의 저자들은 내용을 두 측면으로 나누었다. SF 작가이기도 한 천치우판은 매 주제에 2041년의 생활상을 담아 짧은 SF 소설을 쓴다. 소설이 끝나면 다른 저자인 리카이푸가 작품과 관련된 현재의 인공지능(AI) 관련 기술, 예상되는 문제점과 향후 필요한 연구 등을 담은 ‘기술분석’을 제시한다. 기술의 원리보다는 의미에 집중하기 때문에 두께에 비해 쉽고 빨리 읽힌다.
책이 제시하는 열 개의 미래상은 복합적으로 연결된다. ‘황금 코끼리’ 에피소드에서, 인도에 새로 등장한 ‘가네샤보험’은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대신 가입자에게 다방면으로 조언을 제공한다.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몸에 나쁜 습관을 멀리하도록 실시간으로 스마트기기에 알림을 띄운다. 가입자가 해로운 행동을 하면 보험료를 인상한다. 주인공이 자기가 짝사랑하는 같은 반 남자애에게 관심을 품는 일은 해로운 짓이다. 아마도 그가 낮은 카스트 출신이기 때문이다. 카스트 제도는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차별은 여러 방식으로 살아있다. AI는 딥러닝을 통해 이를 필터링 없이 반영한다.
다만 사람이 하는 차별과 달리 AI는 판단의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차별적인 결과가 나오기까지 작용하는 알고리즘은 지나치게 방대하고 복잡해서 인간이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위의 경우처럼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렇다면 AI의 알고리즘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기술 역시 필요하며 저자에 따르면 이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는 중이다.
이러한 신뢰 문제는 ‘행복의 섬’ 에피소드로 연결된다. AI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기는 정말 어렵다. 그러니 나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AI를 병행하여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만하다. 내가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범위를 일일이 선택하는 대신, 개인이 신뢰할 수 있도록 개발된 AI가 나의 선호나 필요를 파악하여 대신 결정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책의 소설 속에서 문제가 해결되는 데는 책임감이나 자율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소설에서는 진부할 수 있어도 논픽션으로 접어들면 기꺼이 환영하고 싶은 요소다. AI를 마주하게 된 인간이, AI와 우열을 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발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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