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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빼고 우선 능력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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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S밸리 낙성벤처창업센터에 사무실을 둔 스타트업 중에 핀휠이라는 회사가 있다. 사회복지사로 14년간 근무한 유명곤 대표가 설립한 장애인 취업 알선 전문 회사인데 '다양한 능력을 가진 장애인을 다양한 일자리에 연결한다'는 회사 비전이 눈길을 끌었다. 그 의미를 유 대표에게 물었다.
"장애인 취업지원 기관이 장애인을 위해 해 주는 일은 기능 교육 위주입니다. 기능을 향상시켜서 기업이 채용하도록 하자는 것인데 그게 맞는 것인지 고민해 왔습니다. 아무리 기능이 뛰어나도 기업에서는 '장애인에게는 줄 일이 없다'고 해요. 장애인 고용의무 때문에 시간제 계약직으로 고용해 직원들과 섞이지 않는 일을 맡기거나 재택근무를 시키는 거죠. 능력 있는 장애인들은 갈 데가 없어요. 비장애인들이라면 높이 평가받는 기획, 의사소통, 업무추진 능력과 열정을 똑같이 가졌는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홀대를 받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업종과 근무형태를 따지지 않는다면 장애인 취업 기회는 적지 않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50인 이상 상시근로자를 둔 기업은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지켜야 하는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상시근로자의 3.6%, 50인 이상 기업은 상시근로자의 3.1%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만6,337개 기업·정부기관·지자체 등이 7,700억 원을 냈다. 장애인 구인난이 심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는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직원들의 부담감 때문에 채용을 꺼린다고 한다. 반대로 장애인들은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는 데 신경을 쓰다 보니 자신의 능력을 기업 채용 담당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 대표의 일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중간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장애가 중증인지 경증인지 따지지 않고 오직 능력을 인정받아 정규직으로 취업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서울 명문대 출신의 중증 뇌병변장애를 가진 A씨의 취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A씨였지만 졸업 후 그의 입사 지원을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인지기능 장애가 있을 거라고 판단한 채용 담당자들이 그의 능력을 고려할 생각조차 안 한 것이다. 결국 그에게 제시된 일자리는 하루 4시간 일하는 재택근무였다.
유 대표는 A씨를 설득, 기업 채용 담당자의 걱정을 없애고 A씨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상세한 자기소개서를 쓰게 했다. 협력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을 찾아가 "장애는 빼고 우선 능력부터 봐 달라. 장애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득했다. 마침내 A씨는 유명 셰프의 회사에 취업했다. 이 회사도 능력 있는 직원을 채용하면서 동시에 장애인 고용 의무도 함께 해결했다.
유 대표가 이런 식으로 취업을 도운 장애인이 24명이다. 발달장애, 신체장애, 청각장애, 장루장애 등 장애 형태도 다양하다. 인사 담당자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자기소개서에 담고 사진도 다시 찍으라고 하고 인터뷰 연습도 시켰다.
현재 핀휠이 취업 컨설팅을 진행 중인 장애인은 200명이 넘는다. 의무고용비율 탓에 기업들이 적당히 내어주는 계약직보다는 떳떳하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규직을 장애인에게 찾아주는 일. 장애인 취업을 위한 파격적인 시도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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