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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크루즈선에 '숙소' 싸들고 떠나볼까...엔데믹 여행 새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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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유재순(47)씨는 3년 전 약 7,500만 원을 들여 캠핑카를 구매했다. 이전엔 한 살 된 딸을 데리고 텐트 캠핑을 즐겼는데 이럴 바엔 캠핑카를 사서 더 운치 있고 편하게 여행하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유씨 부부는 격주로 캠핑카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고 1년 만에 주행 거리 2만km를 찍었다. 지난해에는 전북 부안군 변산에서 동죽조개를 잡고, 강원 삼척시에서 스노쿨링을 즐기고, 강원 속초시에서 도루묵 낚시를 하는 등 전국 30여 곳을 누볐다.
초기 비용은 높지만 캠핑카를 마련하고 나서 여행 다닐 때마다 추가 비용이 5만~10만 원 정도밖에 들지 않아 오히려 부담이 적다는 게 유씨의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는 감염 걱정 없이 오붓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만끽했다.
캠핑카를 타다 보니 일반 여행을 할 때는 누리지 못했던 재밌는 추억도 많이 생겼다. 캠핑카는 마이크를 설치하면 노래방으로, 빔프로젝터를 설치하면 영화관으로 변신했다. 유씨는 "결혼 전 남편과 저축이라는 게 돈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많이 보고 즐기면서 추억을 쌓자고 약속했다"며 "약속대로 아이와 먼 훗날 떠올릴 만한 추억 거리를 많이 만드는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여행 수요가 풀리면서 ①차박·캠핑카 ②크루즈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뜨고 있다. 과거 시간이 넉넉하거나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만 누릴 수 있는 여행으로 여겨졌지만 '나를 위한 시간'에 돈을 아끼지 않는 여행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대중화를 이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규모로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차박·캠핑카는 해외여행 수요가 늘고 있는 와중에도 인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국내에서 운행 중인 캠핑 차량은 4만8,836대로 2012년(6,040대)에 비해 여덟 배가량 증가했다. 이 중 신차로 등록된 캠핑 차량의 81.9%가 개인 차량이고 법인 차량은 18.1% 정도다. 캠핑 차량을 구입한 연령대는 3040세대가 66.9%에 달해 가족 단위 이용객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야영장 수도 사상 최대 기록을 찍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야영장 수는 3,280개로 전년보다 407개 늘었다. 덩달아 캠핑용품도 불티나게 팔려 전자상거래(e커머스) 지마켓에서는 1~17일 캠핑용품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49% 늘었다. 티몬은 최근 3개월 동안 주요 캠핑용품 매출이 모두 100% 이상 신장했다.
캠핑카는 항공료와 숙박비가 크게 오른 해외여행 대신 즐길 만한 국내여행 이색 콘텐츠로 인기를 끈다. 격주로 차박 캠핑을 떠나는 직장인 이모(32)씨는 "초기 비용을 좀 들여 차박을 하면 공항에서 사람에 치이고 출국에 비싼 돈 들이는 스트레스 없이 한적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텐트와 달리 캠핑카는 이동이 수월해 관광지를 방문하는 등 좀 더 다채로운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통 캠핑카가 아니라도 차박이 가능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구매하거나 기존 차량을 캠핑카로 개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해 차량에 연결해 이동하는 캠핑 트레일러도 국내에서 900대 이상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해외로는 크루즈 여행도 각광을 받고 있다. CJ온스타일에서는 올 1~4월 크루즈 여행 체결 금액만 72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성장세를 고려하면 올해 안으로 체결 금액이 253억 원에 달할 것이란 게 회사 측의 분석이다. 3년 8개월 만에 크루즈 투어를 재개한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6월 출항을 앞두고 있는 속초-일본 크루즈 여행 패키지에 4,300명 넘는 신청자가 몰리기도 했다.
직장인 구모(37)씨는 2월 두 아들을 데리고 싱가포르로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들과 움직이다 보면 일정마다 짐을 싸고 버스를 타고 숙소를 옮기는 일이 만만치 않은데 크루즈를 타니 숙박과 식사까지 한 번에 해결이 가능했다. 더군다나 배 안의 홀이 어제는 범버카장이었다가 오늘은 농구장으로 바뀌는 등 체험 프로그램이 풍성해 아이들이 여러 즐길 거리를 맛볼 수 있었다. 구씨는 "기항지 관광을 거의 하지 않고 배 안에만 있었는데도 여행이 다채롭더라"며 "편하게 여행하면서 바다의 낭만까지 느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크루즈는 주로 50~70대 은퇴 이후 여행자나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지만 최근 연령대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고 한다. 과거 '호캉스'가 유행했던 것처럼 초호화 여행으로 여겨졌던 크루즈가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이색 여행으로 여겨지면서다. 해외 선사들이 한국을 동아시아의 주요 기항지로 인식하면서 국내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상품도 늘어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속초, 인천, 제주 등 대형 크루즈가 입항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되면서 소비자들이 크루즈 여행을 훨씬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내는 올 초 뱃길이 다시 열려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행 시장에서는 소비의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전반적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풀리면서 가성비 좋은 저가 상품도 잘 팔리지만 한편에서는 돈이 많이 들어도 그동안의 갈증을 해소할 만한 장기 상품이나 고가의 여행을 선호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항공기 비즈니스석에 2030세대가 부쩍 늘었다더라"며 "보복 심리로 값나가는 프리미엄 여행 등에 돈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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