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야간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 2일 도심 노숙집회를 계기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소음 규제 강화, 경찰 대응에 면책 조항 도입 등 제도 정비를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는 헌법적 권리인 만큼 제한에 신중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 옥외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10조에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2014년에도 ‘해가 진 후부터 자정까지의 시위를 처벌하면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여당의 집시법 개정은 헌재 판단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강조했던 판결 취지를 감안한다면 집회 금지 명문화는 최소화하는 것이 옳다. 헌재는 지난해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리는 등 집회·시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판결하고 있다. 4·19 혁명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시위까지 주권을 농락하는 정권에 대해 시민들이 적극 의사를 표출하고 저항해 온 것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16, 17일 건설노조의 노숙 집회가 음주, 방뇨 등 시민에게 불편을 야기한 것에 대해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법 개정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과 공감대 없이 입법 추진을 밝히면서 그저 건설노조를 비판할 기회로만 삼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불편사항에 대해선 범칙금 부과 등 대응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고, 집회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집시법 위헌 판결에 따른 후속 입법은 필요하지만 시민의 자유를 축소시키는 법 개정이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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