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의원'과 팔로어십 문제

'코인 의원'과 팔로어십 문제

입력
2023.05.22 16:00
수정
2023.05.22 17:22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970년 4월 1일 포항종합제철 공장 착공식에 참석한 박정희 대통령(가운데), 김학렬 부총리(오른쪽), 박태준 사장(왼쪽)이 착공버튼을 누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학자들은 2차대전 참전세대를 ‘가장 위대한 세대’(Greatest Generation)로 꼽는다. 이들은 대공황을 겪고, 유럽과 아시아 전장의 한계상황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다. 시련극복 의지가 강하고 포용력도 높았다. 전후 부흥과 미국ㆍ서유럽의 황금기를 주도했다. 자식 세대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기초도 닦았다.

□ “정신 못 차리고, 국민들이 까불면 경제성장이고 나발이고 될 수 없다.” 경제부총리가 공개석상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떻게 될까. 들끓는 여론, 특히 야당 공세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설화(舌禍)에도 자리를 지키고, 경제발전사에 획을 그은 인물이 있다. 김학렬(1923~1972) 부총리다.

□ 김 부총리는 1971년 9월 17일 대통령 주재회의에서 얀 틴버겐 교수의 이론을 인용, 경제발전에 국민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소득이 200달러 넘었다고, 국민들이 까불면…”이라고 말해 버렸다. 야당이 문제 삼았지만, 당시 민심은 ‘까분다’에 휘둘리지 않았다. 발언의 큰 맥락을 중시했기 때문이리라. “수양부족 때문이다”는 김 부총리의 국회 사과로 일단락됐다. 설화 후 6개월 만에 격무에 따른 지병으로 사망했지만, 그는 군사정부의 방만예산을 견제하며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등 ‘경제의 안정 속 성장’ 기틀을 다졌다.

□ 박정희, 루스벨트 등 리더도 중요하지만, 진취적ㆍ포용적 국민들이 없었다면 현재 한국과 미국은 없었다. 경영학에서 팔로어십(followership) 연구가 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개 팔로어는 네 부류로 구분되는데, 평소에는 적극 후원하지만 리더가 잘못하면 서슴없이 문제 삼는 ‘동반자형 팔로어’가 가장 중요하다. 김남국 사태로 비판 목소리가 높지만, 그를 포함한 의원들을 그 자리에 보낸 건 우리, 유권자다. 리더십이 아닌, 팔로어십의 문제라는 얘기다. 3년 전 △복지와 경제 △안보와 평화 △사고와 합리적 예방대책 간의 현실적 상충에 대한 판단 없이 자극적 구호에 넘어간 때문인지 챙겨봐야 한다.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프랑스 사상가 메스트르의 200년 전 언급은, 지난해 정권이 바뀐 것까지 넣어 여전히 유효하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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