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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와 미세플라스틱 줄이는 세탁기 만들다..."옷 수명도 늘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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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출시된 삼성전자의 새 세탁기 '비스포크 그랑데 AI'엔 옷의 수명도 늘리고 환경도 구한다는 '미세플라스틱 저감 코스'가 포함돼 있다. 이 코스를 쓰면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 분의 1m)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60%까지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1년 내내 사용할 경우 1인당 배출량이 대략 50g 정도 줄어드는데 이는 플라스틱 신용카드 10장에 해당하는 양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CX(고객경험)팀의 염철민 프로는 2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세탁기에는 양모나 실크 재질처럼 섬세한 세탁이 필요한 의류에 사용하는 에코버블 기술이 있었다"면서 "이걸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는 합성 섬유의류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이 코스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에코버블은 세제를 물에 빠르게 녹이고 거품을 만들어 내고 이 거품이 세탁물에 스며들면 오염물과 섬유를 효과적으로 분리하는 원리로 세탁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보통 세탁 방식과 비교해 마찰 비중이 감소하기 때문에 옷감이 해질 때 생기는 손상도 줄여준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발팀은 이 에코버블을 업그레이드해 새 운전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강민지 프로는 "기존 에코버블은 양모나 실크 소재 옷을 2, 3㎏ 정도 세탁한다고 생각하고 개발했다"며 "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합성섬유 옷은 훨씬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새 제품은 더 많은 양을 섬세 세탁 방식으로 다룰 수 있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자체 기술 개발이었지만 성능 검증에는 객관성이 필요했다. 여기서 미국의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등장했다. 파타고니아는 미국의 인기 아웃도어 브랜드지만 환경 영향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으로도 유명하다. 새 옷을 사기보다 기존 옷을 수선해 쓰라는 의미에서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를 내건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캐나다의 해양 보호 비영리 연구기관 오션와이즈와 함께 삼성의 미세플라스틱 저감 성능을 점검하는 기준을 제공하고 성능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협업을 시작했다. 강 프로는 "삼성전자 차원에서 미세플라스틱 배출 시험을 해 본 적이 없었다"며 "배출량에 대한 국제 표준도 없기 때문에 지난해 내내 오션와이즈·파타고니아 관계자들과 거의 매주 머리를 맞댔다"고 설명했다.
두 기업의 만남은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빈센트 스탠리 최고철학책임자(CPO)가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열린 삼성전자 기자간담회에 참석, "미세플라스틱 저감 활동에 대한 삼성의 노력에 감사한다"면서 지원 사격을 했다.
사실 고객 입장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란 개념조차 낯설다. 관련 규제 도입도 가장 빠르다는 프랑스가 이르면 2025년 세탁기에 저감 솔루션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했고 미국과 영국, 호주 등에서도 논의를 하는 정도다.
하지만 '미세'라서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해양 생태계를 통해 쌓인 미세플라스틱은 최종적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죽음의 알갱이'라 부르기도 한다. 강 프로는 "보통 150㎛ 이상의 플라스틱은 흡수가 안 되지만 그보다 작은 물체는 생물의 사체에서 검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의 배출을 줄이는 것은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되지만 옷의 수명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염 프로는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섬유"라며 "섬유가 이탈한다는 것은 옷이 해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저감 코스는) 마모도 평가를 했을 때 일반 코스 대비 30% 정도 개선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미세플라스틱 저감 프로그램은 삼성이 2022년 초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IT) 전시회인 CES를 통해 화두를 던진 후 여러 기업이 세탁기에 포함하며 뜻을 함께하고 있다. 염 프로는 "실제로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는 인식은 낮다"며 "그러나 세탁기를 통해 사회에 큰 메시지를 던진다는 측면에서 많은 기업들이 함께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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