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 사라져… 경제 정책 재검토를

입력
2023.05.22 04:30
27면
국세수입 현황

국세수입 현황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이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에서 2.1%로, 한국금융연구원도 1.9%에서 1.7%로 하향했다. 한국 경제 성장 핵심 동력인 수출 부진이 하반기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하반기 경기 반등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국 수출 재개 역시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망 수정이 당장 하반기 나라 살림 계획을 크게 흔들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해 경기가 상반기에 어렵다가 하반기에는 나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전제로 재정집행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형편이 어려운 상반기에 중앙재정의 65%를 앞당겨 집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상반기 경기침체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수가 모두 감소하면서, 이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국세 수입은 정부 예상보다 50조 원가량 덜 걷힐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 집행하려는 중앙재정의 35%(85조 원)는 돈이 없어 제대로 집행 못 할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부인하고 있다. 재정건전성 중시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 시절처럼 예산을 계획대로 집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수 부족에 대응하는 ‘예산 불용’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침체 완화에 재정 역할이 중요한데, 하반기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물가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한국은행조차 경기침체를 심각하게 판단해, 한미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음에도 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기재부는 “국세 수입 부족에도 기금과 세계잉여금 등을 활용해 예산 불용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재정건전성 중시 자세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경기침체를 방치하는 것은 경제 성장 경로 회복에 장기간 부담을 끼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재정건전성에 매달려 자칫 시급한 민생문제를 미루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반기 나라 살림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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