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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밖에 없는 히로시마 시내… 호텔은 만원, 식당은 ‘울상’ [특파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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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12시 반쯤 일본 히로시마시 나카구 주오(中央) 거리의 한 프랑스 요리 전문점에 기자가 들어가자 전 직원이 마중을 나오며 환대했다. 쇼핑몰과 식당이 많은 주오 거리는 평소 금요일 점심시간이면 사람으로 가득 차 북적거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은 경찰 외 일반 시민의 모습을 찾기 쉽지 않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경비를 위한 교통 통제 때문이다.
G7 정상이나 배우자, 초청국 정상 등이 회의가 열리는 호텔에서 원폭 자료관과 위령비 등이 있는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으로 이동할 때마다 시내엔 대대적 교통 통제가 벌어진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공원을 중심으로 상당히 넓은 범위의 도로가 통제되는데, 자동차 진입이 안 되는 것은 물론 버스 등 대중교통도 운행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시내로 진입할 방법이 없으니 식당 영업이 될 리 없다. 편의점을 제외하고 이 근방 상점과 식당이 대부분 문을 닫은 이유다.
일본 정부는 정상회의 경비를 위해 전국에서 2만4,000명의 경찰 인력을 동원했다. 거리에 경찰관이 가득하지만 이들에겐 도시락이 지급된다. 세금으로 마련한 도시락을 버릴 수도 없어 외부 식당은 이용하지 않는다.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도 다양한 메뉴를 무료로 제공하는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굳이 나오려 하지 않는다. 닛칸겐다이는 “IMC 인근 번화가에 휴업 중인 식당과 상점이 많다”며 “정상회의 개최로 인한 경제효과가 900억 엔(약 9,000억 원)을 넘는다더니, 이래서야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지역 신문인 주코쿠(中國)신문은 정상회의 때문에 식당이나 상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타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나카구의 건물 매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한 여성(40)은 “가게로부터 18~22일 쉬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5월 첫째 주 황금연휴도 휴무였기 때문에 이달 월수입이 평소보다 6만 엔(약 60만 원)이나 줄어들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주택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한 남성(63)도 “(비자발적 휴무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상당수가 영업을 포기했다. 정상회의 기간 휴업 등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일본 정부는 국회에서 “그건 어렵다”고 답한 바 있다.
울상을 짓는 식당이나 상점과는 반대로 숙박업계는 희색이 만면하다. 각국에서 온 정상회의 관계자나 취재 기자는 물론, 전국에서 경비를 위해 동원된 2만4,000명의 경찰관까지 히로시마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중에 파견이 결정된 경찰관들은 빈방이 없어 먼 곳에 숙소를 잡은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히로시마 지역 방송의 취재 결과,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나 시마네현 하마다시, 야마구치현 야마구치시 등 히로시마현 밖에 숙소를 잡은 이들도 있었다. 인터넷에선 도시락만 먹으며 아침저녁으로 먼 숙소까지 장시간 운전해 이동해야 하는 파견 경찰의 처지에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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