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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단장 아들 '학폭' 반년 전 감독에 알렸지만... 더 큰 폭력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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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유명 고교 야구부에서 현직 프로야구단장 아들 등이 동급생에게 1년 가까이 ‘학교폭력(학폭)’을 가한 정황이 드러나자 뒤늦게 학교가 진상조사에 나섰다(▶관련기사: [단독] "죽으면 어떡해" "하면 하는 거지 XX"... 1년간 지속된 야구 명문고 '학폭'). 하지만 피해학생 부모는 이미 반년 전 아들의 학폭 피해 사실을 야구부 감독에게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감독이 조치를 취했으나, 충분하지 않았던 탓인지 가해자의 언어ㆍ신체 폭력 수위는 더 높아졌다. 학교 측의 미온적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자 A(17)군 어머니는 지난해 11월 야구부 감독 C씨에게 “(유명 야구인 아들인) B군이 아들을 괴롭히는 것 같다”, “아이가 B군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한다”고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 해 5월부터 반년 가까이 지속된 B군의 괴롭힘에 자녀의 고통이 극심해지자 감독에게 SOS(구조신호)를 보낸 것이다. 정식 학폭 신고를 하면 시끄러워질 수 있어 감독 선에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요량이었다. 당시 B군 아버지는 프로야구 TV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었다. 어머니 호소에 C씨는 “그 아이(B군)가 원래 그렇다”며 주의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감독 면담 후 상황은 오히려 악화했다. B군 등 가해자 3인방은 “또 엄마에게 꼰지를 거냐(고자질할 것이냐)”며 보복했다. 괴롭힘도 더 대담해졌다. 본보가 입수한 녹음파일에는 가해학생들이 ①코치와 야구부원들이 있는 라커룸, 버스에서 ②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③장기간에 걸쳐 A군을 괴롭힌 정황이 그대로 담겨 있다. 통상 학폭 사건이 제3자가 잘 드나들지 않는, 은밀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누구도 이들의 폭력 행위를 제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A군 어머니는 “부원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감독이 폭력을 묵인해 준 게 아니라면, 어떻게 저리 (가해자들이) 날뛸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부 학부모는 B군이 아버지가 야구계 유력 인사라 ‘특별 대우’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가령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대학운동장에서 해당 고교와 대학 야구부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B군 아버지도 이 경기를 참관했다. 그런데 복수의 학부모들에 따르면, 경기 도중 감독 C씨가 B군을 데리고 그의 아버지가 앉아 있는 대학 더그아웃에 들어갔다가 20~30분 뒤 나왔다고 한다.
한 학부모는 “당시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많이 났다”면서 “B군 아버지가 유명 야구인이라는 점이 감독의 미온적 학폭 대응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C씨는 “B군 아버지가 경기를 보러 와서 인사한 사실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따로 B군을 불러내 대학 감독과 아버지에게 인사를 시켰느냐’는 질문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B군 아버지는 “그날 대학 더그아웃에서 야구를 본 건 맞지만, 아들 감독이 인사하러 오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전담 장학사를 학교에 보내 학폭 진상과 별개로 야구부 감독 등 지도자들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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