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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낀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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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낀 세대다. 유교적 문화, 가족중심적인 사고가 팽배했던 지난 세대를 배경으로 성장한 부모님의 자녀로 태어났다. 반면 그와 상반되는 라이프 스타일과 문화를 가진 후배 MZ세대, 알파 세대 자녀들과 일상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낀 세대는 옳고 바르다고 믿고 살아왔던 기준과 가치가 혼재되고 뒤죽박죽 되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배 세대와 후배 세대 사이에 끼어 있는 세대로서 정체성 혼란을 경험한다. 여러 선후배들을 만나보면 저마다 자신이 낀 세대라고 정의를 내리고 힘들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분류되는 30대 후반, 40대만이 낀 세대가 아니라 10대도 20대도 나아가 50, 60대도 저마다의 선배 세대와 후배 세대가 있는 만큼 모두 자신이 끼어 있는 세대라고 한다.
최근 지역의 K대학에서 강연을 마치고 강연장에서 함께한 몇몇의 20대 초반 MZ 대학생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식당 자리에 앉아 수저를 꺼내 자연스럽게 이곳저곳으로 놓는 나와 별개로 수저 세트를 자기 것만 앞에 두는 청년들이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나는 어른들과 식당에 가면 물컵이며 숟가락, 젓가락을 후배나 아랫사람이 먼저 세팅하는 게 예의라고 배웠다. 오랫동안 그렇게 했고 그것이 익숙했다. 하지만 후배 MZ세대들은 그게 오히려 어색하고 불편하며 자신의 숟가락, 젓가락은 스스로가 챙기는 게 편해 보였다. 물컵의 물도 알아서 채워 넣는 게 편하다고 했다.
이러한 일상적 혼란 이외에도 낀 세대가 가진 가정 및 사회적 의무감에서의 혼란도 존재한다. 나와 같은 1980년대 중반 출생한 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부모님의 노후가 걱정되고 동시에 아이들의 육아와 보육 그리고 교육도 걱정된다는 점이다. 기업과 조직의 변화와 혁신과 맞물려 정년이 앞당겨지고 있다. 반면 수명 연장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노후 생활이 길어지고 있다.
생명연장으로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좋은 부분이 있지만 노인 빈곤율이 높은 상황에서 수면연장에 동반되는 생계비용이 자식 세대에 전가되는 부분도 눈여겨봐야 한다. 언론에 가끔 나오는 비극적인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자식 세대가 아픈 부모님을 모실 형편이 안 되고 또 부모님 입장에서도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으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들도 있다. 국가가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는 반면, 국민들의 삶이 과연 선진국에 걸맞는 복지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갖춰져 있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다.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나 이른 MZ세대로 분류되는 내 또래의 청년들은 정작 노후를 맞은 부모를 모시는 입장, 이제 막 태어나 유소년기,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낀 세대다. 현장에서 만나보는 다양한 낀 세대 MZ는 한편으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임에도 가장 버겁고 고달픈 시기를 지나며 지치고 방전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분명 낀 세대로서 느끼는 압박과 무게감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삶의 균형과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도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꾸준히 돌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21세기를 살아내는 동반자 청년 낀 세대 모두를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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