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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내밀 데 없는 노후, 문득 아찔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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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흔셋인 할머니와 매일 전화한다. 그런데 요즘 미묘하게 목소리가 다르다. "할머니, 어디 아파?"라고 물으니 아니라고 한다. 한참 후, 동생에게 걸려온 전화. "언니, 할머니 앞니가 흔들려서 뭐 드실 때마다 아프시대. 내일 병원 모시고 가줄 수 있어?"
할머니의 보호자는 손녀인 나와 동생들이다. 네 번의 코로나 백신을 맞고 밤새 고열에 끙끙 앓을 때는 막내가 할머니 집에 가서 약과 밥을 챙기며 곁을 지켰다. 허리가 아파 주사를 맞을 때가 됐을 땐 둘째가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소변볼 때마다 아프다고 했을 때는 내가 비뇨기과에 함께 갔다. 세 자매가 매일 할머니와 전화를 하고 할머니의 안부를 살피며, 상황에 맞게 돌아가며 할머니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할머니에겐 네 명의 자식이 있고, 아홉 명의 손주가 있지만, 할머니와 가장 오래, 가까이 살았기에 우리 몫이라 생각하고 있다.
서둘러 치과에 전화를 걸어 예약한다. 하지만 노인은 치과 진료가 위험할 수 있으니, 내과에 가서 미리 치료가 가능한지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할머니를 모시고 내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다시 치과에 가서 진료를 마쳤다. 틀니를 권유받았지만, 할머니는 한사코 겁이 난다며 거절했다. 할머니를 다시 집으로 모시고, 약과 죽을 사왔다. 점심을 먹으며 할머니가 말했다. 사흘 전에 노인정에서 간식을 먹다가 치아가 흔들렸다고. 노인정에 있는 다른 할머니에게 부탁해서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너를 귀찮게 했다고. 생각해 보니 재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고 할머니 혼자 병원을 찾았지만, 보호자 없이는 안 된다고 해서 막내가 보호자가 되어 함께 다녀온 적이 있다.
아침 일찍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 힘들어하는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 두 곳을 걸어서 오가다 보니 벌써 오후가 됐다. 앓던 이를 뺀 할머니와 무사히 진료를 마친 나는 한숨을 돌렸고, 서둘러 다시 출근하기 위해 할머니 집을 나섰다. 바쁜데 본인 때문에 시간을 빼앗았다고 기어코 오만 원을 쥐어주는 할머니에게 "아휴 괜찮아. 할머니, 나 돈 많아!!"라 말하고는 나왔다.
나도 언젠간 할머니처럼 늙고 아픈 순간이 오겠지. 그때 내 돌봄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선택지를 지웠기에 미래의 내겐 자식도, 손주도 없을 테니까. 친구가 보호자가 될 수 있을까? 인간은 필히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인데 걱정이 앞선다. 고령은 혼자서 치과 치료도 받기 쉽지 않은데, 동생들에도 짐이 되고 싶지 않고, 국가에 기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때는 존엄사가 가능해지려나? 문득 지금 고령의 1인 가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궁금해서 독거노인 등을 검색해보니 어째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만 가득하다.
할아버지 때문에 속 많이 썩었다며 40대에 사별한 할머니는 재혼하지 않았다. 늘 자식, 손녀들과 함께했다. 할머니는 내게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을 하라고 하면서도, "사실 혼자 사는 게 속 편해"라고 말한다. 할머니는 혼자가 맞을까? 내가 혼자 속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건강을 챙기고, 유료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돈을 많이 버는 일? 당장 먹고사는 일도 벅찬데 미래의 나를 책임질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과연 비혼의 1인 가구는 무사히 건강한 할머니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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