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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온상 '우울증 갤러리', 청소년 '약물 오·남용' 창구 역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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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괴롭힘, 성(性) 착취 등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가 청소년들의 약물 오ㆍ남용 창구 역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커뮤니티를 통해 약물을 접한 뒤 부작용을 겪었다는 청소년이 적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우울증 갤러리 내 ‘신림팸’ 멤버인 20대 남성 A씨를 입건 전 조사(내사)하고 있다. ‘팸(패밀리)’은 갤러리 이용자들의 모임으로 거주지나 어울리는 장소에 따라 이름이 붙여진다.
본보 취재 결과, 경찰은 A씨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액상 대마를 사서 같이 피자’고 권했다”는 갤러리 이용자의 진술이 단초가 됐다. 마약류는 구매 시도만 해도 처벌을 받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복수의 갤러리 회원들은 A씨가 향정신성의약품군에 속하는 덱스트로메토르판 성분의 감기약, 졸피뎀 등을 구매한 뒤 청소년들을 불러 술과 함께 복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증언했다.
더 큰 문제는 약물 오ㆍ남용이 우울증 갤러리에서 오래전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덱스트로메토르판 성분이 포함된 시판 감기약을 수십 정씩 과다 복용하거나, 졸피뎀 같은 수면제나 정신질환 처방 약을 술에 섞어 먹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덱스트로메토르판은 1일 복용량이 60㎎이 넘을 때만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기준치에 미달하는 제품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할 수 있다.
실제 갤러리에선 특정 약물을 지칭하며 “내일 50알 털어 넣을 여갤(여성 이용자) 있느냐”며 동참할 사람을 찾는 등의 공유 글이 여럿 발견됐다. 한 청소년 회원은 “울갤(우울증 갤러리)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에 (약물 오남용 후) ‘하늘이 핑크색으로 보인다’는 식의 후기를 자주 남긴다”고 말했다.
약물에 빠지면 판단력 상실, 자해 충동 등의 부작용이 동반되는데, 술이 더해지면 증상이 배가된다. 천영훈 인천참사람병원 원장은 “충동 억제력을 잃어 폭력을 행사하고 호흡마비가 올 수 있다”며 “장기적으론 도파민이 만성 과다 분비돼 조현병 유사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한 청소년 회원도 “약과 술을 함께 먹고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갤러리 이용자는 “지인이 청소년기에 1년 정도 ‘덱스(덱스트로메토르판 성분 약 과다 복용)’를 자주 하다 신장과 간 수치가 너무 높아져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청소년기 약물 중독은 마약 탐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약물에 대한 경계심이 이미 낮아진 데다, 내성까지 생겨 더욱 강한 효과를 내는 약을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덱스트로메토르판 성분의 약을 법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워 오ㆍ남용 위험성을 알리는 예방 교육이 최선이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앙중독재활센터장은 “10대 약물 중독은 10~20년간 지속돼 폐해가 큰 만큼 (중독)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속히 갤러리를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으나, 15일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통신자문특별위원회에서는 5대 4로 차단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지난달 통신심의소위에서 판단을 못 내려 자문을 요청한 건데 이런 결론이 나온 것이다. 방심위는 자문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통신심의소위를 다시 열어 해당 안건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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