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도 대규모 '전세사기' 조짐...경찰 "인천과 다른 양상"

입력
2023.05.17 10:30
수정
2023.05.1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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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업계 '큰손' 출국금지 및 압수수색
보증금 반환 못 받은 피해자 40~50명
가족이 수백 채 보유 "피해자 더 나올 듯"
1순위 채권자가 피해자 "인천과 달라"

세종시 나성동 아파트 단지 풍경.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종시 나성동 아파트 단지 풍경.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종에서 집단 전세 사기 의심 사례가 포착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세종경찰청은 부동산 법인 대표 A(여ㆍ50대)씨와 그의 남편을 사기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부부는 부동산회사를 차리고 갭투자 방식으로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과 아파트를 사들인 뒤 전세를 놨다”며 “계약 만료에도 A씨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피해 세입자는 지금까지 40여 명”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로부터 의심 거래 1건에 대해 확인 요청을 받은 뒤 세종시와 금융기관 등의 협조로 A씨의 거래 내역을 확인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의심 거래 접수 다음 날 A씨 부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며 “A씨의 주거지와 법인사무실, 주력 공인중개사무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A씨는 세종시 출범 초기 터를 잡고 오피스텔과 아파트 등 수백 채를 남편과 가족 명의로 매입해 운용한 세종지역 부동산 업계 '큰손'이다.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종 신도시에선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사람이다. 그 가족이 세종에서 소유한 주택만 수백 채에 달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가 생기자 그들 이름으로 된 부동산은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소유 부동산은 대부분 도담동, 나성동 등 교통이 편리한 BRT노선 주변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세입자들에게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야만 돈을 내줄 수 있다며 보증금 반환을 미뤘다”며 “부동산 가격 하락기 이후에 임대료가 싼 주택으로 이동하려는 세입자, 타지역 인사 발령자 등이 몰리면서 문제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대부분 20~40대 청년으로,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도 포함됐다.

세종에선 부동산 사기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는 아직 없다. 경찰 관계자는 “문제가 생긴 부동산 매매가격이 전세가에 근접해 있지만, 은행에 저당을 잡힌 경우는 없어 세입자들이 1순위 채권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깡통 전세’로 문제가 된 인천 등의 피해와는 유형이 다소 다르다”고 말했다.

세종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해당 사건 수사에 최근 인력을 보강,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세종=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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