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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광풍’은 누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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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앞에 놓인 카드 두 장 중 왼쪽에는 수직선 하나가, 오른쪽 카드에는 각각 길이가 다른 3개의 수직선이 그려져 있다. 실험 진행자가 왼쪽 카드 수직선과 길이가 같은 선을 오른쪽 3개의 선 중에서 고르라고 요청한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쉬의 ‘동조 실험’이다. 이 실험의 핵심은 7~9명 피실험자 중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모자들이라는 점이다. 누가 봐도 명백한 정답이 있지만 공모자 중 3명 이상이 엉뚱한 답을 선택하면, 나머지 한 사람이 그 오답을 따라 고르는 경우가 36%에 달했다.
□ 본보 연재 중인 기획 ‘무법지대 코인 리포트’에는 엉성하게 짜인 코인 사기에 어이없이 빠져든 수많은 사례가 등장한다. 사기 사건이 드러나면 피해자가 ‘돈에 눈이 먼 욕심꾼’이거나 ‘어리숙한 숙맥’이라며 종종 사기꾼보다 더 비난받는다. 하지만 ‘동조 실험’에서 보듯 자기 생각보다 다수의 타인의 판단을 더 신뢰하는 경향은 인간 본성이다. 이런 추종 본능은 사회를 유지하는 기반이며, 시장을 움직이는 동력이기도 하다.
□ 증시 전문 투자자들 사이에 ‘상한가 종목을 다음 날 따라 사면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경험칙이 존재한다. ‘상한가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처음 상승세가 시작된 만큼 아직 저평가 종목일 것’이라는 게 그 근거이다. 이렇게 오르기 시작한 종목을 따라 사는 것을 ‘추세 투자’라고 부르며, 한때 대단한 명성을 얻기도 했다. 2017년 비트코인 열풍 이후 이를 추종해 국내 발행 각종 코인에 투자한 것을 ‘추세 투자’가 아니라고 볼 이유는 없다.
□ 추세 투자 성공의 핵심은 파는 시점을 아는 것이다. 상장 기업이라면 그 시점을 가늠할 다양한 판단자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규제 밖에 있는 코인은 그렇지 않다. 코인 시장이 과열될 당시 규제 도입 목소리가 커졌으나,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한창 코인으로 재미를 본 투자자들 눈치 보느라 소극적이었다. 결국 거품이 붕괴하고, 국회의원 스캔들이 터지자 겨우 관련 입법 움직임이 시작됐다. 투기와 투자의 분리 없이 금융시장 건전성을 유지할 수 없지만, 늘 규제는 투기보다 늦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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