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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가게 수두룩... 가장 홍콩다운 모습 간직한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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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홍콩다운 모습을 간직한 곳을 꼽으라면 바로 이곳이죠." 현지 가이드의 추천사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주룽반도 중심 침사추이에서 서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야우마테이(油麻地)는 홍콩의 역사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10층 미만의 높지 않은 주상복합건물이 밀집한 지역으로 가족이 경영하는 소규모 수공예제품 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겉보기에 허름하다고 얕볼 곳이 아니다. 최소 50년, 더러는 100년 이상 된 생활용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대를 이어 노하우를 축적해 온 곳이라 가격대비 우수한 제품을 구입하려는 현지인이 즐겨 찾는다. 최근에는 복고 감성을 소비하는 젊은 여행객의 발길도 늘고 있어 투어 프로그램까지 생겼다.
기름(油)과 밧줄 만드는 재료(麻)를 지명으로 쓰는 것에서 짐작하듯 매립하기 전 이곳은 부둣가였다. 투어는 100년 전 상수도 펌프장으로 지은 ‘빨간 벽돌집’에서 시작한다. 한때 우체국으로 쓰이다 현재는 극장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부터 거리 분위기는 홍콩영화에서 보던 전형적인 모습이다. 실제 3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을 배경으로 영화를 많이 찍었다고 한다. 간판이 어지러이 돌출돼 있고, 빨래가 널린 좁은 창가에 에어컨 실외기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상가가 이어진다.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색이 바랜 건물이 많아 1990년대쯤에 시간이 멈춘 듯하다. 일견 무질서해 보이는 거리는 생기 넘치는 삶의 현장이다.
빨간 벽돌집 바로 옆에 60년 된 도마가게가 있다. 아름드리 향나무를 절단한 두꺼운 판때기와 전병을 만드는 다식판이 외벽을 장식하고 있다. 바로 옆 홍콩식 소시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가게 역시 50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어 100년 넘게 가업을 잇고 있는 ‘진씨네칼가게(陳枝記老刀莊)’가 나타난다. 홍콩의 중국음식점 요리사 90%가 이 가게에서 만든 칼을 사용한다는 유명한 점포로 지금도 현대식 공장 생산 없이 수공으로 칼을 제작하고 있다. 명성에 비하면 초라하다 싶을 정도로 아주 소박하다.
도로를 따라 조금 더 가면 중국인의 신앙생활을 엿볼 수 있는 청나라 시대 사원과 부속 서점이 있다. 거친 바다에서 항상 위험에 노출된 어부와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 시설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좁은 사원 안에 향 연기가 가득하다. 바로 옆 서점은 우리 식으로 말하면 서당이나 학원이다. 1950년대 의무교육이 실시되기 전까지 개인 선생이 학생들을 모아 가르치던 곳으로 대개 사원에서 운영했다고 한다.
다시 혼잡한 거리로 나서 도로를 건너면 ‘상하이거리’로 이어진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인도를 따라 70년 이상 된 금방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당시 어부들은 육지에 한 번 올라오면 필요한 생활용품을 구입하고 꼭 금방에 들렀다고 한다. 은행을 믿지 못해 주로 금을 저축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특별한 보안시설 없이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갖가지 금 장식물을 진열해 놓은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그 사이에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허름한 덮밥식당도 있고 향을 파는 가게도 눈에 띈다. 인도에서 공수한 향만 사용한다는 70년 된 가게는 사원에서 사용하는 향 외에 부채를 비롯한 다양한 향나무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야우마테이 투어는 상하이거리에서 다시 한 블록을 건너 류마키(廖孖記) 가게에서 마무리된다. 1905년에 류씨 형제가 개업해 4대째 가업을 잇는 발효두부 가게다. 처음엔 이 가게도 두부만 팔다가 좀 더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는 제품을 자체 개발했다고 한다. 여기저기 두부가게가 많아 경쟁이 치열했던 것도 원인이다.
발효두부는 삭힌 냄새가 지독한 취두부와 달리 두부를 3년 동안 소금에 절인 일종의 슬로푸드다. 우리의 젓갈처럼 가난한 시절에는 발효두부 한 조각이면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울 수 있는 훌륭한 밑반찬이었고, 지금은 요리할 때 양념으로 주로 사용한다. 현재 6층 건물 전체를 사용할 정도로 성공한 기업인데도 겉모습은 동네 구멍가게다. 외형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중국 상인 특유의 기질이 100년 가게를 이어가는 비법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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