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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르니쿠스의 책갈피 속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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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무엇’은 결코 원조를 능가하지 못한다. 원조는 하나지만 ‘제2’는 대체로 많기 때문이고, 원조의 오라(Aura)는 기량이나 성취가 아니라 원조라는 사실 자체에서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철학자 칸트는 ‘감각은 재료일 뿐 경험을 구성하는 것은 감각자료를 해석(구성)하는 우리의 정신’이라는 통찰로 경험론-합리론의 대치 전선을 우회하며 자신의 인식론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자부했다. 근래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흔한 상투어가 됐다.
폴란드 출신 천문학자 사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1473~1543)는 근 50억 년 지구 역사에서 처음 1543년 ‘천체 운동과 배열에 관한 주해’란 책으로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돈다는 사실을 밝혔다. 천동설을 지동설로 바꾼 그의 급진적 '전환'은 전문적인 내용과 유순한 문체 때문에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유럽 가톨릭 세계를 내파 할 만한 미증유의 선전포고였다. 로마 바티칸 교황청은 1616~1835년 그의 책을 금서로 묶었다.
폴란드 북부 프롬보르크(Frombork) 대성당의 재단 관리 담당 사제 참사회원(canon)으로 저 책을 집필한 그는 성당 지하에 비석 없이 묻혔다. 오랜 세월 그의 무덤을 탐색하던 고고학자들은 여러 시행착오 끝에 2005년 무덤을 특정, 발굴한 두개골의 그래픽 작업으로 복원한 얼굴과 그의 초상화가 무척 흡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08년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은 DNA 대조작업으로 저 사실을 확증했다. 17세기 스웨덴-폴란드 전쟁 당시 성당에서 노획한 코페르니쿠스의 소장 도서 중 한 권에서 그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 가닥 머리카락을 발견, 무덤의 대퇴골과 척추골 등과 DNA 대조작업을 벌인 성과였다.
2010년 5월 22일 대주교가 집전하는 성대한 의식을 치른 뒤 그의 유해는 대성당 지하에 다시 안장됐다. 이번에는 태양계 지도가 그려진 검은색 화강암 비석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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