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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갈등, 타협의 정치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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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을 둘러싼 의료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의료현장을 지키던 보건의료인들이 어느덧 정쟁을 넘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모습에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필자는 2000년도에 의과대학에 입학하였다. 의약분업사태가 한창이던 시기, 신입생으로서 배운 것은 투쟁과 집회, 그리고 의사와 약사의 갈등 속에서 국민적 공감대와는 점점 멀어져 가는 의료계의 단편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의사' 대한의사협회, '국민구강보건향상' 치과의사협회의 설립목적과 비전을 불사하고 간호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등 보건의료단체들 간의 갈등이 단식투쟁과 의료계 파업으로 연결되는 지금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케케묵은 의료계 인력수급, 업무범위침해,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에 대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해 왔던 정부에도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또한 정치인인 나부터 반성하고자 한다. 간호법 갈등은 대한민국의 정치가 갈등의 조율과 타협을 통해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관리하는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이다. 양극화된 정치 환경 속에서 여야의 싸움의 소재로서 간호법이 이용된 것은 아닌지 우리의 정치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여당의 무책임한 대선 약속, 당선 후에 공약이 아니었다는 말바꾸기, 야당의 전략적인 간호협회와의 결합, 대통령거부권의 막다른 골목에서 중재와 협상의 난항에 부딪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도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제는 파업으로 치닫는 극한의 종지부를 찍고 보건의료인들 모두가 한발씩 양보해야 한다. 간호법 독립이 지금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 것인지, 다른 직능들도 독립법으로 각자도생할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의료법 체계 안에서 업무 분장 및 처우개선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실행할 것인지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 논의해야 한다.
모두가 상처뿐인 전쟁에서 정치가 다시 중재에 나서야 한다. 양극화 정치가 의료계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도록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다시 살려야 할 때이다. 앞으로는 갈등의 초기부터 제대로 중재하고 해결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무엇이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소통인지, 양보와 타협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혁신적인 제도개선도 앞으로의 과제이다. 의사-간호사, 전공의-간호사, 간호사-간호조무사, 간호사-임상병리사, 간호사-응급구조사 직역이 경쟁하는 제로섬게임의 의료지불제도가 아닌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협업하여 국민 건강 지표가 좋아지는 경우 다 같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 개선으로의 '가치기반의료'가 더 절실한 이유이다.
정치권은 그동안 해오지 못한 그 쉽지 않은 양보를 보건의료 영역에서부터 어렵지만 시작할 수는 없을까? 감염병으로 힘겨웠던 지난 3년을 뒤로하고 코로나의 일상화가 시작된 지금, 대한민국 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이끌어 온 보건의료인들이기에 코로나에 대한 헌신과 봉사 정신을 바탕으로 간호법 해결과정에서도 그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국민건강을 높이는 만큼 참여한 모든 직역이 보상받는 가치기반의료를 함께 추구하면서 간호법과 의료법 개선을 추진하는 새로운 국면을 열어 나가는 보건의료의 희망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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