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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티즌 시대의 도래

입력
2023.05.14 20:00
25면

편집자주

보는 시각과 시선에 따라서 사물이나 사람은 천태만상으로 달리 보인다. 비즈니스도 그렇다. 있었던 그대로 볼 수도 있고, 통념과 달리 볼 수도 있다. [봄B스쿨 경영산책]은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은 시도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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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음식점에 들어서면 주문한 음식을 나르는 서빙로봇을 쉽게 볼 수 있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대당 월 30만 원 정도의 렌털료로 서빙로봇이 매장 내 직원 1명의 역할을 해낸다고 한다. 업주는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이 결근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최저임금보다도 훨씬 저렴해서 좋다고 한다. 식당 종업원에게 직접 물어보니 무거운 음식을 나르는데 고생스럽지 않아 대환영이라고 답한다. 그런데 서빙로봇이 급정거하거나 방향을 못 잡아 헤맬 때마다 직원은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로봇이 잘 작동하도록 직원들이 응급조치 교육을 받으면 좋을 듯했다.

3년 전 필자는 은행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안내된 URL을 클릭하자 챗봇으로 연결되었고, 챗봇의 질문과 요청에 따라 계좌이체 프로세스가 진행됐다. 챗봇은 서명, 비밀번호 넣기 등 고객인 필자에게 할 일들을 '명령'(?)했다. 편리함에 감탄하면서도 고객은 생각할 일이 없어졌다고 필자는 느꼈다.

오픈AI가 챗GPT를 내놓고 그제 구글은 AI 바드(BARD)를 발표해 많은 인지노동업무들이나 창작활동도 자동화할 가능성을 앞당기고 있다. 인간과 로봇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이 시작되었다. 인공지능로봇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확산으로 로봇은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미래 사회의 거의 모든 일자리가 로봇 관련하여 직·간접적으로 파생될 것이다.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시민(citizen)이 나타났고, 인터넷 정보통신 사회로 이행되면서 네티즌(netizen)이 탄생한 것처럼, 챗봇 코봇의 로봇시대에는 로보티즌(Robotizen)이 탄생할 것이며, 회사나 공공행정 부문에는 다양한 로봇종업원들이 인간종업원들과 함께 일하게 될 것이다. 산업현장에서는 이미 로봇시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모 대기업은 사내뿐 아니라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제공해 생산성 향상을 도우면서, '로봇 자동화 교육과정'도 신설하여 로봇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로봇 관련 지식과 스킬 배양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정신적 가치와 마인드셋의 함양도 중요하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터넷이나 챗봇 코봇 등 로봇의 본질은 인간의 삶을 돕기 위한 '도구(tool)'라는 점이다. 인류는 근대화와 산업화 그리고 도시화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시민정신(citizenship)에 관한 거대 담론을 통하여 시대의 규범과 문명을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로봇시대에도 로봇 기반의 사회경제문명과 규범을 가꾸어 가는 역할을 로보티즌이 하게 될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기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역량이 요구되었듯이, 로보티즌들에게도 로봇을 잘 다루는 스킬과 이해도 및 소양이 필요하다. 근대 문명의 발전 속에서 시민사회를 존속하게 하는 사회공동체의 책임의식인 시민정신(citizenship)이 인류에게 풍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정신적 토대가 되었듯이, 로봇시민정신을 만드는 담론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로봇과 공존하는 시대가 우리들에게 안전하고 더 행복한 세상으로 다가오려면 우리는 로보티즌으로 거듭날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라는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가 제시한 제1원칙을 다시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로봇시대에 맞는 정신적 문화를 만들어 가는 중심적인 역할을 기업이 선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술을 활용하는 인공지능 챗봇 로봇을 개발 운영하는 데 '인공지능의 사회적 책임(AI Social Responsibility)'을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2023년 5월 10일 구글이 연례 개발자 회의 'I/O 2023'에서 'AI를 시작부터 책임 있게 개발하고 사용하겠다'는 원칙을 발표한 것이 전 세계적인 시민운동으로 승화되어 갈 때 AI 로봇시대는 우리에게 행복한 미래가 될 것이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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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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