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 권도형, 재산 규모 발뺌... “경제상태는 ‘미디엄’”

입력
2023.05.12 12:00

법원에 보석 청구... "아내가 5억8000만원 낼 것"
재산 규모 질문에 "언론 앞에서 밝히기 힘들다"
판사 경고 받자 "40억원 아파트 외엔 유동자산"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해외 도피 중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도형(왼쪽 두 번째) 테라폼랩스 대표가 11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포드고리차=연합뉴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해외 도피 중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도형(왼쪽 두 번째) 테라폼랩스 대표가 11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포드고리차=연합뉴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해외 도피 중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첫 재판이 11일(현지시간) 열렸다. 국내외에 거액의 재산을 은닉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 대표는 재산 규모를 묻는 재판부의 거듭된 질의에도 “언론 노출을 원치 않는다”며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했다. 본인의 경제 상태에 대해서도 “미디엄(medium·중간)”이라고만 답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30분쯤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씨에 대한 재판이 처음으로 열렸다. 이번 재판은 위조 여권 사용과 관련한 것으로, 권 대표와 지인 한모씨는 지난 3월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타려다 체포됐다. 이후 공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의 핵심 쟁점은 권 대표 등의 보석 청구였다. 권 대표와 한씨는 보석금으로 각각 40만 유로(약 5억8,000만 원)을 내겠다며 석방을 요청했고, 곧이어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판사가 보석금을 낼 사람과 재산 규모를 묻자 권 대표는 “아내가 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재산 규모에 대해선 “한국에 아파트 1채가 있다”고 얼버무렸다. 다른 자산은 무엇이 있냐는 재판부의 질문엔 “언론 앞에서 밝히기 어렵다”며 입을 닫았다.

이에 판사는 “재산 규모를 정확히 밝혀야 보석 관련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계속 숨기면 향후 재판에 영향이 간다”고 경고했다. 그제서야 권 대표는 “한국 아파트는 300만 달러(약 40억 원) 정도에 아내와 공동명의”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발뺌은 계속됐다. 그는 “다른 자산은 유동 자산이라 변동성이 커 정확히 말할 수 없다”며 “회사에 대한 나의 지분도 상장되지 않은 회사라 가치를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리스 샤보티치 검사는 “피고인의 재력에 비해 보석금이 턱없이 적고, 재산 규모를 모호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권 대표의 현지 변호인인 브란코 안젤리치가 “의뢰인은 재판에서 나온 정보가 언론을 통해 노출되면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는 소송에 악용될 것을 우려한다”며 취재진의 일시 퇴정을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수락하지 않았다.

이날 권 대표는 신원 확인 절차 중 “결혼했으며, 아내와 아이가 한 명 있다”고 가족 사항을 밝혔고, 자신의 직업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소개했다. 경제 상태에 대해선 ‘미디엄’, 즉 중간 정도라고 밝혔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권 대표의 태도는 점점 공손하게 바뀌었다. 판사 질의에 대한 답변 끝에는 시종일관 “유어 아너(Your Honor·존경하는 재판장님)”를 붙이기도 했다. 권 대표 등의 보석 관련 결정은 다른 사건 전례에 비춰 사흘 안에 내려질 것이라는 게 현지의 관측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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