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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키니 호박이 불러낸 LMO…대체 뭐길래 난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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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나 마트에서 애호박보다 크고 조금 더 단단한 호박을 본 적 있을 겁니다. 주키니 호박입니다. 가격이 저렴해 식당이나 단체급식에서 많이 쓴다니 한 번쯤은 먹어 봤을 텐데, 지난 3월 말 관계 부처들이 합동으로 주키니 호박 종자에서 미승인 유전자변형생물체(LMO)가 확인됐다고 발표하며 사달이 났습니다. 판매 중단 및 수거·폐기 조치가 시작되자 주키니 호박, 더 정확히는 LMO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그만큼 LMO란 용어 자체를 낯설어한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수입 물량이 줄기는 했어도 연간 1,100만 톤 넘게 들어와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아마 많은 이들이 유전자 조작, 유전자 재조합을 뜻하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가 LMO보다 익숙할 겁니다. 1970년대 미생물을 시작으로 1990년대 유전자 조작 콩이나 옥수수 등이 나올 때까지는 GMO만 쓰였으니 당연합니다. GM식품, GM사료도 친숙한 용어입니다.
GMO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됐는데, LMO(Living Modified Organisms)가 급부상한 것은 2000년 1월 29일 생물다양성협약(CBD) 본부가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바이오안전성에 대한 카르타헤나 의정서'가 채택되면서입니다. CBD의 부속 의정서인 카르타헤나 의정서는 LMO와 관련된 최초의 국제협약으로 국가 간 이동 및 사용 시 적절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목적입니다. 카르타헤나는 콜롬비아의 항구도시인데, 협약 채택 전 마지막 회의가 열린 곳이라 의정서 이름에 붙었습니다.
이후 지난해 말 기준 173개국이 카르타헤나 의정서에 가입했습니다. 우리는 2007년 가입했고 2008년 1월부터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습니다. 이 법의 약칭은 '유전자변형생물체법'이고 정부 부처에서는 'LMO법'이라고도 부릅니다. GMO란 용어가 학계와 산업계에서 여전히 쓰이고 있지만 이제 대세는 LMO라고 볼 수 있는 셈입니다.
일부에서는 GMO가 LMO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라고도 하는데 전문가들은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사실상 같은 개념이고 강조하는 지점에 차이가 있는 정도라는 설명이죠. LMO는 '현재 살아 있는'을 뜻하는 영어의 형용사 '리빙(Living)'이 핵심입니다. 생식과 번식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명칭 자체에 내포돼 있습니다. 김기철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센터장은 "환경보전 측면에서 생식이 가능해서 퍼지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높인 것"이라며 "용어의 차이일 뿐 GMO와 LMO는 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LMO는 가뭄과 질병, 해충 등에 대한 내성을 높여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많이 개발됐지만 최근에는 영양 개선, 소비자 이용 편의 향상 등을 위한 연구도 진행됩니다. 국내에서는 LMO법에 따라 위해성 심사를 받고 주무 기관의 승인을 거쳐 수입, 가공, 유통이 가능합니다. 식품에 사용하면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하고요. 다만 비의도적으로 3% 이하 혼입되거나 가공을 거쳐 단백질이 남지 않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농업용(사료용)으로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유채), 알팔파(콩과의 여러해살이풀) 5개 LMO만 승인됐습니다. 식품가공용은 여기에 사탕무가 추가돼 총 6개 품종입니다. 승인 건수로 따지면 옥수수가 97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면화(37건) 콩(29건) 카놀라(17건) 순입니다.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LMO는 아직까지 하나도 없습니다. 전 지역에서 LMO를 재배하는 중국, 인도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은 거의 LMO를 생산하지만 한국과 일본, 대만에는 재배 지역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으로 막은 것은 아니고 승인 신청 자체가 없었다고 합니다.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LMO 수입 물량은 1,105만 톤입니다. 940만 톤(85.0%)이 사료용이고, 나머지가 식품용이었습니다. 품종별로는 사료용 옥수수가 922.4만 톤으로 83.4%를 차지했습니다. 식품용 대두(99만 톤)와 옥수수(66만 톤)가 뒤를 이었고요. 식품용 카놀라는 2014년부터 수입량이 제로(0)입니다.
전체 수입량은 2020년 1,197만 톤, 2021년 1,115만 톤으로 조금씩 줄었지만 수입 금액은 지난해 42억6,100만 달러(약 5조6,800억 원)로 물량이 많았던 2020년(26억400만 달러)보다 70% 이상 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이유입니다.
수입국은 아르헨티나(47.2%)와 브라질(24.9%)이 1, 2위입니다. 과거 최대 곡물 수입국이었던 미국(17.4%) 비중은 낮아졌습니다. 품종별로 사료용 옥수수는 아르헨티나, 대두는 미국, 면화는 호주에서 가장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 중 미국, 아르헨티나, 호주는 카르타헤나 의정서 미가입국입니다. 이외에 캐나다, 칠레도 마찬가지고요.
LMO 작물 채택률이 90% 이상이고, 생산한 LMO를 전 세계로 수출하는 국가들이 의정서를 외면하는 아이러니입니다. 이는 분쟁 발생 시 수출·수입국이 모두 가입국이라면 수출한 국가가 불리할 수 있어서라고 합니다. 김기철 센터장은 "수출국들이 의정서 가입을 외면해 만약 분쟁이 생기면 모두 가입된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카르타헤나 의정서 가입국들이어도 LMO에 대한 규제가 모두 똑같지는 않습니다. 재배 등에 대한 최소 위해성 평가 기준이 의정서 부록에 수록된 정도이고 각 국가들이 개별적으로 승인 체계를 운영합니다. 각국의 자연환경과 문화, 법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죠.
2015년부터 8년간 유통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주키니 호박 종자 2종도 미국에서는 승인을 받았다고 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동식물검역국(APHIS), 캐나다 보건부(Health Canada) 등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일반 호박과 같은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각각 생물 호박과 가공식품을 일제히 수거·폐기했습니다. 국내 상황에 맞춘 검역과 위해성 심사 등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식습관과 생활 풍토, 환경적 요인 등이 다르기에 국내에서도 100% 안전하다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김규 식약처 농수산물안전정책과장은 "미승인 상태에서 유통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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