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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지고 쪼그라드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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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언어의 수난은 사회현상을 반영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자주 쓰이는 '경제적 자유'를 보자. 사전적 의미의 '경제적 자유'는 경제생활에서 각 개인이 스스로의 의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라는 뜻으로 직업선택의 자유, 기업 활동의 자유, 나아가 소비자 주권을 위한 활동이나 노동자의 단결과 단체교섭, 단체행동의 자유 등을 의미한다. 어느덧 '경제적 자유'는 돈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는 상태를 일컫는 뜻으로 와전되어, 누군가가 주식 혹은 부동산 투자에 성공해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다는 맥락에서 공감의 언어가 되고 있다.
우리가 세계 최저 출산율 0.78명이 된 데에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노동시간 1위, 남녀 임금격차 1위에서 나타나듯이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며, 정부는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어떤 정책으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답해야 한다. 작년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14.9%로 OECD 국가 평균 21%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정부가 사회복지시스템을 갖추는 데 힘쓰기보다 자유를 부르짖으며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각자도생을 위해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는 데 온통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경제적 자유'의 의미가 와전되는 한편으로, 현 정부 들어 자주 등장하는 '자유'는 경제적 자유의 의미를 축소한다. 기업의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며, 기후 위기에 대비한 환경을 보호하는 의무 등에서 정부는 다양한 규제를 풀어주고 있다. 2022년 근로소득세수가 전년도 대비 21.6% 늘어난 데 비해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증권거래세수는 줄어들었다. 자산에 따른 세금은 줄고 노동을 통해 얻은 소득에 매기는 세금만 늘어난 것이다. 결국 경제적 자유 중에서도 기업이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날 자유, 자본가들이 세제혜택으로 투자를 많이 하고 자산을 운용할 자유만을 지켜주고 있다.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을 할 자유에 대해서는 노조 혐오 정서를 확산시키고 탄압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주69시간 노동 추진 과정에서도 자유가 등장한다. 1인당 GDP 3만5,000달러 시대, 우리 사회가 잘살게 되었다면 노동시간을 줄여야 마땅한데, 오히려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주 69시간 노동을 선택할 자유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낮은 임금수준 때문에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길게 일하는 것이 자유인가? 복지와 의료 등 사회적으로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에게 얼마나 일할지 선택할 자유를 주었다고 하면 그것이 진정한 자유인가?
무엇보다 이러한 '자유'가 우리 사회와 경제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주고 있는가. 정부는 오히려 적극적인 정책으로 고령화사회로의 빠른 이행과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 복지제도를 정비하고, 생산성을 높이되 노동시간을 줄이고, 공공 소비를 늘리는 방식으로 경제 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맡겨 둔다면 진정한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없다. 가진 자를 위한 자유를 우리 모두의 진정한 자유로 회복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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