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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하얗게"에 당한 한국계 부부, '이민가족의 꿈과 희망'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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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맞아 찾은 쇼핑몰에서 일어난 총격은 단란했던 가족의 일상을 산산조각 냈다. 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의 한 아웃렛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진 미국 국적의 한국계 부부 조규성(38)씨와 강신영(36)씨는 나흘 전 생일이었던 큰아이의 선물로 받은 옷을 교환하려 아이들과 사고 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8일 코리아타임스미디어, 텍사스엔 등 지역 한인 매체는 조씨 가족의 사연을 전했다. 각각 변호사와 치과의사로 일하면서 주변에서 “이민 가족의 꿈과 희망”으로 통했던 조씨와 강씨는 지인의 생일을 축하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쇼핑몰에 들렀다 변을 당했다. 용의자 마우리시오 가르시아(33)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쏜 총에 부부와 둘째 아들(3)은 사망했고, 어깨를 다친 큰아들(6)은 수술 후 회복 단계에 있다. 조씨 가족의 지인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웃렛으로 들어가다가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코리아타임스미디어에 전했다.
강씨는 마지막까지 큰아이를 감싸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구조를 도운 조슈아 반웰은 미국 CNN방송에서 “이미 죽은 여성이 피에 흠뻑 젖은 5, 6세 정도의 아이를 안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의 연령 등을 미루어볼 때 이 여성이 강씨라는 추측이 나온다.
해당 아웃렛은 한인들이 자주 찾는 장소였던 만큼 범행 당시 다른 한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었던 교민은 “처음엔 폭죽이 터지는 줄 알았는데, 곧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기둥이나 쓰레기통 등 숨을 곳을 향해 달렸다”고 말했다.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펀드미’엔 조씨 가족을 위한 기부페이지가 만들어져 이날 기준 110만 달러(약 14억 원)가 넘는 금액이 모였다. 모금에 참여한 이들은 유일한 생존자인 큰아들을 향해 “새로운 가족이 되어주고 싶다”, “많은 이들이 응원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 등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댈러스 한인회도 한인문화센터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용의자가 현장에서 사살돼 범행 동기는 미궁이다. 현지 경찰은 히스패닉계인 가르시아가 평소 백인우월주의와 네오나치 등 극단적 이념에 빠져 ‘증오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들여다보고 있다.
뉴욕타임스,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 소셜미디어에서 주로 활동한 가르시아는 백인우월주의자인 닉 푸엔테스의 글 등 극단주의적 사상을 담은 글을 올렸다. 나치와 신나치주의자들을 상징하는 문신 사진이나 “우리는 미국을 다시 하얗게 만들 것”라는 게시글도 있었다. 스스로를 비자발적 독신주의자인 ‘인셀’이라면서 여성 혐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어린이 3명을 포함해 6명을 죽인 내슈빌 총격사건의 범인을 칭찬하며 ‘살해된 사람의 숫자’를 언급했는데, 가르시아가 저지른 이번 총격에서도 사망자 8명 중 3명은 어린이였다.
미리 범행을 모의한 정황도 있다. 총격 몇 주 전에 해당 아웃렛의 사진을 수십 장 찍어 올린 데 이어 ‘가장 붐비는 시간’을 보여주는 구글 지도를 캡처해 게시했다. 범행 당일에는 유튜브 계정에 이를 암시하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가르시아는 연쇄 살인을 다룬 미국 공포영화 ‘스크림’에 나오는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다가 이후 벗으면서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다르지”라고 말한다.
미 육군은 가르시아가 2008년 6월 정규군에 입대했으나 정신건강 문제로 3개월 후 전역했다고 밝혔다. 가르시아는 자신이 군 입대 기간 동안 “실제 백인 민족주의자를 만났고, 그때 완전한 백인 우월주의자가 됐다”라고 SNS에서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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