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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 "약탈적" 은행과의 전쟁... "관치 부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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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년', 금융 분야에 대한 평가는 '관치 부활 우려'로 집약된다. 서민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금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에선 긍정 평가가 적지 않지만, 정작 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큰 그림'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후 줄곧 '금리와의 전쟁'을 치렀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5월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4.14%로, 1년 전(2.89%) 대비 1.25%포인트 급등한 상태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역시 0.5%에서 취임 당시 1.5%까지 올랐고, 현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3.5%까지 치솟았다.
대출금리뿐만 아니라 채권금리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취임 5개월 만에 터진 '레고랜드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2,050억 원 규모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증을 섰던 강원도가 '철회'라는 악수를 두면서 위기를 키웠다. 국가 신용도에 준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금융시장의 신뢰를 깨버린 것이어서 자금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최고 신용등급 회사들도 회사채 발행이 유찰돼 유동성이 급격히 경색됐고, 불안감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으로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개입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관치' 부활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금융 관치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검사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통해 지휘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이 원장은 취임 2주 만에 은행장들과 만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쏘아붙였고, 올해 2월에는 은행의 영업방식에 대해 "약탈적"이라는 원색적 단어까지 쓰며 압박했다. 윤 대통령이 꺼내 든 "은행은 공공재" 발언을 호위하는 모양새였다. 그 결과 일부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황이 펼쳐졌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은행은 엄밀히 말해 공공재는 아니지만 정부가 허가를 내준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개입은 필요하다"면서도 "'금리를 내려라'라고 개입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윤석열 정부 또한 뿌리 깊은 관치를 고치려고 개혁하기보다 '대출금리 인하'라는 포퓰리즘적 정책에 치우쳤다"고 평가했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전직 관료 출신들이 선임된 것을 두고는 부정적 평가가 잇따랐다. 그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에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선임됐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1월 연임 도전을 포기할 때까지 금융당국 수장들의 노골적 퇴진 종용 발언이 이어져 논란이 일었다. 농협금융 역시 우수한 성과를 냈던 손병환 전 회장의 연임이 유력했지만, 대선 공로를 인정받은 이석준 회장에게 바통을 넘겨야 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결국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집어넣겠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정작 지배구조와 관련해 뭐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계획이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불안했던 금융시장이 금세 안정세를 되찾은 것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가 나왔다.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50조 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금융지주들은 95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 계획을 발표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자칫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을 잘 관리했다"고 평가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도 "애당초 레고랜드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신속하고 충분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지켜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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