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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 해결에 나선 EU... 우리나라는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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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지난해 11월 30일 유럽연합(EU)은 새로운 플라스틱 포장재 규제안을 발표했다. 오랫동안 복잡하게 진행된 플라스틱 포장재 문제 해결 방향이 어느 정도 정리된 반면 시행을 위한 실천적 고민이 새롭게 제기됐다. 발 빠르게 전개되는 EU 정책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흐름을 우리는 어떻게 따라잡을지 걱정이 된다.
EU에서는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하고 2035년까지 실질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재활용을 5등급으로 구분해 최하위 등급은 2030년부터 판매가 금지된다. 포장 폐기물은 2030년부터 2040년까지 15%를 줄여야 한다. 신선식품이나 야채에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이 금지된다. 포장재의 재사용 및 리필 목표가 설정돼 2030년부터 테이크아웃 음료의 경우 20%, 음식 10%, 알코올음료 10%(와인 5%), 비알코올음료는 10%의 재사용 및 리필 목표를 충족해야 한다. 온라인 소비에서도 산업계 간 유통에서는 재사용 용기를 사용해야 한다. 재사용 및 리필 목표는 2040년까지 품목에 따라 최대 3배까지 높아진다.
재생원료 사용 비율도 대폭 상향 조정됐다. 페트병은 2030년부터 30%, 2040년부터 50%, 기타 플라스틱 재질 음료 용기는 2030년부터 10%, 2040년부터 65%, 음료 외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는 2030년부터 30%, 2040년부터 65% 이상의 재생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신규 규제안은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를 대상으로 하고, 적용 시점도 기존 2030년에서 2040년 이후로 확장됐다. 재생원료 사용실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소비 후 폐기물로 만든 재생원료(PCR)에 한정된다. 공장 등에서 자투리로 나온 깨끗한 폐기물로 만든 재생원료(PIR)가 아니라 소비 후 폐기물로 배출된 것을 수집해야 재생원료 사용실적으로 인정해 준다는 의미다.
요약하면 일회용 포장재의 감량 및 재사용·리필 목표가 추가되고 재생원료 의무사용 목표가 강화됐다. 감량 및 재사용을 통해서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재생원료 사용 비율 확대를 통해서 닫힌 고리 순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현재 발표된 내용은 초안이기 때문에 향후 조정이 이뤄질 수 있지만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페트병 원료 제조사 대상으로 재생원료 3% 사용 규제가 적용되는데, 현재 인프라 여건에서 이 목표조차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일부 음료 업체에서 재생원료가 사용된 제품을 상반기 내 출시할 것으로 보이는데 해외 동향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그나마 재활용 체계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페트병조차 고품질 재생원료 조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아등바등하는 상황에서 여건이 더 어렵고 복잡한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생원료 조달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금지 품목 확대, 감량 목표 설정, 용기 재사용 및 리필 목표 설정도 마찬가지다.
EU라고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EU는 장기 목표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설정하고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목표와 자신감, 구체적인 로드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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