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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과거사 정리 앞서 미래 협력" 방점... 기시다 “많은 분 고통 가슴 아파”

입력
2023.05.07 20:00
수정
2023.05.07 22:3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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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일 만에 만난 한일 정상... 셔틀외교 궤도
기시다, "후쿠시마 오염수 한국 시찰 허용"
한국인 원폭 피해 위령비 함께 참배하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 이와 함께 안보와 경제 분야 협력, 인적교류 활성화 등 지난 3월 도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관계정상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회담 공개 발언이나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일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사과 표명은 없었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은 것에 마음이 아프다"며 개인 차원의 위로를 전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16일 도쿄를 방문한 데 이어 기시다 총리가 52일 만에 서울을 답방하면서 정상 간 셔틀외교는 12년 만에 복원됐다. 양국 정상은 관계 정상화가 이제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내렸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두 정상은 한일관계 개선이 양국 국민에게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확인하고 앞으로도 더 높은 차원으로 양국관계를 발전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선물한 빈티지 야구 용품 액자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선물한 빈티지 야구 용품 액자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기시다의 강제징용 유감 발언에... 윤 "진정성 있는 입장, 감사하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이 같은 정부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기시다 총리는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강제동원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회담에서 "한국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거나 요구한 바 없는 데 먼저 진정성 있는 입장을 보여줘 감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나름대로 발언을 준비했다가 자발적으로 말씀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또 두 정상은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맞춰 히로시마 평화공원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함께 참배하기로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인수 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인수 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후쿠시마 시찰단 23일 파견할 듯... "한국민 나쁜 영향 주는 방류 인정 안 해"

이와 함께 후쿠시마 현장 시찰단 파견 합의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총리로서 자국민과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기하라 세이지 관방 부장관은 기자단에 "이달 23일 한국 시찰단의 방문을 수락한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정상회담에선 안보협력 문제도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일본이 한미 간에 창설된 핵협의그룹(NCG)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워싱턴 선언은 일단 한국과 미국의 양자 간 베이스로 합의된 내용이지만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또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실현 방안에 대해 당국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일 정상, 청년 연수 프로그램 늘리고, 지방 항공 노선 증편에 합의도

첨단 과학기술 분야와 경제 분야에 대한 협력도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우주·양자·AI(인공지능)·디지털·바이오·미래 소재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 공동 연구와 연구개발(R&D) 협력 추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의 우수한 소부장 기업들이 함께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이 분야에서 공조를 강화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양국의 민간 협력뿐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논의도 비중 있게 다뤘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기회에 한국과 ‘제네시스 프로그램’(청년 단기 연수 프로그램)의 대면 교류를 전면적으로 재개하고 교류 인원수를 작년도 대비 2배로 늘릴 방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국의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간 항공 노선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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