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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주민 실종·살해 유가족이 빨간색 옷 입고 행진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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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4일 미국 몬태나주(州) 북부 샤이엔 부족 인디언 보호구역에 살던 아메리카 원주민 한나 해리스(21)가 실종됐다. 그는 미국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인근 레임디어로 갔지만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해리스의 가족이 지역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는데도 사건은 소홀하게 취급됐다.
나흘 뒤 대평원에서 처참하게 훼손된 해리스의 시신이 발견됐다. 검시 결과 해리스는 성폭행과 구타를 당해 숨을 거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과 원주민 사회가 들끓었고 2018년 ‘한나법’이 몬태나에서 통과됐다.
5월 5일이 미국에서 ‘실종되고 살해된 원주민 인식의 날’이 된 것도 이날이 해리스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해리스를 기억하고 원주민 안전 확보를 외치는 이들은 빨간색 옷을 입고 매년 같은 날 거리 행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원주민의 안전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푸념도 늘고 있다.
미 AP통신에 따르면 아메리카 원주민,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 원주민의 폭행, 성폭행, 살인, 실종 비율은 여러 세대 동안 높아져 왔다. 가장 큰 이유는 불충분한 공공안전자원이다.
미국 인디언 사무국 추산에 따르면 약 4,200건의 원주민 실종 및 살해 사건이 미제 상태로 남아 있다. 연방 보건통계상 미국 원주민과 알래스카 원주민 여성 살인 비율이 전국 평균의 10배나 된다. AP는 “작은 경찰력이 광대한 (인디언 보호구역) 지역을 책임지고 있고 지역 및 연방 사법권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건이 종종 발생할 때마다 이를 추적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어렵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미 연방과 주정부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실종 원주민 찾기 지원을 위한 경보시스템 설치안이 주의회를 통과했다. 워싱턴주에서는 원주민 미제사건 조사 부서를 만들고 있고, 오클라호마주도 주 공무원과 인디언 부족 간 경보시스템 협력 방안을 발효했다.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인 뎁 할랜드 내무장관은 2021년 원주민 실종 및 살인 전담 팀을 창설했다. 그 결과 이 팀이 2년간 728건을 조사, 실종 사건 263건을 해결하거나 종결했고 살인 사건 8건을 해결했다고 AP는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3일 ‘실종되고 살해된 원주민 인식의 날’ 포고령에 2년 연속 서명했다. 그는 “우리 행정부는 원주민, 특히 폭력의 생존자들이 그들의 지역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고 있다”며 피해자 중심주의 준수, 트라우마 이해, 문화적으로 적절한 해결책 마련 등을 약속했다.
물론 해리스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미국 원주민 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낄 만한 가시적 성과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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