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가스공사 벌써 11조 원어치 회사채 찍었다...요금 결정 늦어 빚 폭탄

한전·가스공사 벌써 11조 원어치 회사채 찍었다...요금 결정 늦어 빚 폭탄

입력
2023.05.04 16:30
수정
2023.05.04 16:3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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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월 사채 한전 9.5조 가스공사 1.4조
다음주 2분기 요금 조정폭에 촉각

3월 30일 서울시내 전력 계량기. 연합뉴스


2분기 에너지 요금 인상 결정이 한 달 이상 늦춰지면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손실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에도 2분기 전기‧가스요금이 동결되면서 한전과 가스공사가 올해 새로 발행한 회사채가 11조 원에 달했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 2분기 요금을 결정할 계획이다.

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올해 1~4월 신규 발행한 회사채는 9조5,500억 원에 달했다. 누적 회사채 규모는 2일 기준 77조1,530억 원으로 지난해 이자 비용만 1조4,000억 원이 발생했다. 에너지 업계는 올해 이자 비용이 3조 원 안팎으로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전의 회사채 발행이 늘어난 배경은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구매가에 비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이 현저히 낮아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1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13.1원 올렸지만 한전의 1, 2월 전력 구입 단가는 ㎾h당 165.6원인데 반해 판매 단가는 149.7원에 그쳤다. 전력을 팔 때마다 ㎾h당 15.9원씩 손해를 본 셈이다.

2020년 4조863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한전은 2021년 5조8,465억 원으로 적자 전환한 뒤 지난해에는 32조6,552억 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이 같은 추세라면 2분기 후에도 흑자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한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사들은 한전이 1분기 4조6,630억~8조1,085억 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사채 발행도 만만치 않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올해 1~4월 회사채 1조4,700억 원을 새로 발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100억 원)보다 2.8배 늘어난 규모다. 에너지 업계는 지난해 말 9조 원에 육박했던 미수금이 1분기 12조 원까지 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11일 가스공사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NH투자증권은 최근 관련 보고서에서 가스요금을 5% 인상하면 올해 말 미수금 규모가 지난해 수준인 9조 원으로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르면 다음 주 2분기 전기·가스 요금 결정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오른쪽부터),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4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민·당·정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관건은 이르면 다음 주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조정 폭이다. 당정을 중심으로 더 이상 요금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인상 폭에 대해서는 아직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에너지 당국과 한전은 올해 적정 인상액이 ㎾h당 51.6원인 만큼 2분기에도 1분기 수준(13.1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10원 미만의 소폭 인상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요금 결정 전,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보이라는 여당 요구에 한전과 가스공사는 추가 재무구조 개선책을 고심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임직원 임금 동결, 고위직 성과급 반납, 일부 지역사무소 통합 등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며 "최종안이 확정되는 대로 정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공사 관계자 역시 "임직원 성과급 반납 등을 포함한 추가 재무구조 개선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나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요금 인상 가능성을 배제한) 한전의 하반기 영업이익은 -1조8,000억 원대로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요금 인상 수준에 따라 하반기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반기 추가 원료비 하락을 감안해도 15~20% 수준의 가스 요금 인상은 이뤄져야 미수금 상승이 멈출 것으로 보인다"며 "미수금 회수를 위해선 그 이상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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