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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짠단짠'의 매력

입력
2023.05.06 04:30
18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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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짠단짠'은 단맛과 짠맛이 번갈아 나는 맛을 이른다. '불고기쌈에 쌈장을 넣으면 단짠단짠이 되어 맛있다'처럼 쓰인다. 그런데 그저 새말이라 하기에 '단짠단짠'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불과 몇 년 안에 그 쓰임이 커졌기 때문이다. 음식점의 이름으로는 물론이고, 전문가가 한국인의 식성이나 식문화를 소개하는 책의 이름으로도 자주 보인다. 얼마 전에는 텔레비전 방송에 나온 한 영국 고등학생이 영어로 한식을 설명하면서 한국어 '단짠단짠'을 발음했다. 유행어처럼 가볍게 시작된 말이 어느새 국경을 넘어 외국인도 아는 말이 되어 있다.

물론 한국말에 달고 시고, 맵고 짜며 쓴 다섯 맛을 조합하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것은 '단짠단짠'처럼 맛을 나란히 배열한 것이 아니라, '달콤새콤하다, 달곰쌉쌀하다, 시큼씁쓸하다, 맵짜다'와 같이 융합된 형태였다. 단맛과 짠맛을 줄인 '단짠'은 '단짠 트렌드', '단짠 열풍'과 같이 5~6년 전 신문 기사의 예시로 확인되지만, 이 말을 확산시킨 이들은 언중들이다. 그리고 그저 달면서 짠맛이 나는 상태를 그릴 뿐만 아니라, 특별한 맛을 부르는 이름이 되어 소시지와 떡이 반복되는 '소떡소떡',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균형을 말하는 '탄단탄단'과 같이 새말을 만들고 있다.

이 말에 대한 언중의 해석은 아직 다양하다. 단 것을 먹으면 짠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는 뜻, 또는 단 것을 먹고 나서 짠 것을 먹으면 끊임없이 먹을 수 있다는 뜻 등 용례별로 다르다. 한편 '짠단짠단'도 있는데, 나열의 순서는 같지만 그 쓰임이 '단짠단짠'만큼 확산되지 않는다. 비록 같은 맛이더라도 짠맛보다는 단맛을 말의 앞에 두려는 언중의 마음이 읽히는 부분이다. '맵짜맵짜'와 같은 극강의 조합, '시짜시짜'와 같은 부정적 조합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곡식과 더불어 염분을 섭취해 온 한국인에게 짠맛은 익숙한 것이다. 그럼에도 삶의 지향점은 언제나 단맛에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언어의 규칙을 깨고 등장했다고도 할 '단짠단짠'이지만, 이 말에는 한국인의 자연스러운 식생활과 인생관이 녹아 있다. 인생을 묘사할 때 예전에는 롤러코스터니, 오르막과 내리막이라느니 하는 말을 썼는데, 그 자리를 '단짠단짠'이 대체하고 있으니 말이다. 삶이란 어려움의 연속이라지만, 적어도 그런 삶을 인정하고 열심히 살다 보면 그 사이사이에 보람과 희망도 들어 있을 것이라는 우리네 바람이 마치 '단짠단짠'과 같다.

이미향 영남대 글로벌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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