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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온이 '영수회담' 응하지 않은 배경은? 이재명 측이 밝힌 뒷얘기

입력
2023.05.04 14:00
수정
2023.05.04 18:5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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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때도 대통령실 '이재명 빼고' 만남 제안"
이재명 "대통령, 野 원내대표 만남 괘념치 않아"

이진복(오른쪽)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2일 국회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에게 취임을 축하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진복(오른쪽)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2일 국회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에게 취임을 축하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의 회동을 추진하자는 대통령실의 제안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먼저 만나시라"고 거절했지만 윤 대통령과 박 원내대표가 먼저 만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의전상 순서를 따지는 것보다는 여야 협치의 물꼬를 트는 게 시급한 과제라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대표는 4일 정치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이 여러 사정으로 어렵다면 (야당) 원내대표와 만나는 것도 괘념치 않겠다"고 밝혔다. 만약 윤 대통령과 박 원내대표 간 만남이 성사된다면 윤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첫 공식 회동이 된다.

당 지도부는 그간 '박 원내대표가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이재명 양해론'에 다소 부정적이었다. 박홍근 전 원내대표 시절부터 시도된 야권 틈 벌리기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홍근 전 원내대표 시절에도 대통령실 '이재명 빼고 만나자' 제안"

복수의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나와 함께 윤 대통령과 만나자"는 뜻을 여러 번 전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런 주 원내대표의 제안에 윤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지만, "부적절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윤 대통령이 사실상 거절하는 상황에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날 경우 '이 대표 패싱'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달 4일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달 4일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그러면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주 원내대표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통해 "이 대표부터 만나거나, 나와 이 대표를 동시에 만나 달라"는 수정 제안을 윤 대통령에게 수차례 전달했지만 윤 대통령의 답변은 없었다고 한다. 중간에 주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협치의 물꼬를 트기 위해 이 대표와 만나주시길 꼭 부탁드린다"고 제안했지만, 냉랭한 반응만 돌아왔다는 것이 야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이라 만나기 부적절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고, 실은 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상호 공방을 벌이며 생겼던 앙금을 아직 풀지 못해 이 대표를 만나기 꺼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경쟁자였던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한 윤 대통령의 태도 역시 이런 '앙금'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씨 조문을 마친 뒤 빈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씨 조문을 마친 뒤 빈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비서실장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운영 파트너로 인정하느냐가 문제"

이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이날 본보 통화에서 '이재명 양해론'과 관련해 “문제의 본질은 윤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운영 파트너로서 진정으로 인정하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유도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채 야당 1인자인 이 대표를 건너뛰고, 박홍근 전 원내대표에 이어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먼저 만남을 요청하는 대통령실의 방식은 갈라치기 전략으로 보인다는 것이 천 의원 지적이다.

다만 천 의원은 "야당에 대한 존중만 있다면 형식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여야의 상호 공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회동 형식은 열어놓고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대표도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분신으로 숨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의 빈소를 찾은 뒤 취재진과 만나 "어떻게든 대화와 정치를 복원해서 이 어려운 민생, 경제, 안보 위기와 이 극단적 갈등의 골을 넘어갈 수 있길 바란다"며 윤 대통령과 박 원내대표의 만남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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