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천적, 바다숲의 재발견

입력
2023.05.04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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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자연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는 전 세계 바다에 서식하는 6가지 다시마 속(genus)의 해조류가 연간 5,000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가 있고, 약 491만 톤의 탄소를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되었다. 연구팀은 전 세계 해조류숲을 구성하는 다시마 등 해조류의 어업 생산, 영양소 순환, 탄소 제거 기능이 경제와 생태계에 기여하는 가치를 분석하였는데, 이는 우리 해양수산부가 조성 중인 바다숲의 가치와 매우 유사하다. 바다숲은 톳, 다시마, 잘피 등을 심어 바닷속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산소를 공급하고 물고기의 산란·서식장으로 수산자원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는 등의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치 있는 바다숲이 우리 바다에서 사라지고 있다. 세계 평균보다 2배 높은 우리나라 연안의 해수 온도 상승, 연안 환경 오염 및 해조류를 먹이로 하는 성게의 증가 등으로 해조류가 사라지는 갯녹음 현상 때문이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2009년부터 바다숲 조성 사업을 시작하여 지난해 말까지 여의도 면적의 100배가 넘는 291.8㎢의 바다숲을 조성하였으며, 바다숲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5월 10일을 바다식목일로 지정하여 매년 기념하고 있다.

최근 바다숲이 탄소 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포스텍의 발표에 따르면 바다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당 연간 337톤에 달한다. 특히, 홍조 해조류인 개도박은 열대우림보다 5배나 높은 탄소 흡수를 보인다고 한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까지 조성한 바다숲이 흡수하는 연간 이산화탄소량은 9만8,337톤으로 이는 한라산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약 7만 톤)의 1.4배에 달하며, 자동차 4만 대가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다.

우리나라의 바다숲 조성 사업에 대해 해외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와 호주는 바다숲에 대한 연구 성과의 교류 등 협력을 진행해 오고 있다. 금년 2월 호주에서 개최된 '2023 국제 해조류 심포지엄'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캐나다 등 8개국 관련 단체가 모여 '2040 글로벌 바다숲 1만㎢ 조성 로드맵'을 선포하였다.

이러한 바다숲의 놀라운 이산화탄소 흡수력에 기업들도 바다숲 조성에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22년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국가에서 정한 배출허용량 이내로 탄소를 배출해야 한다. 초과 배출하는 탄소에 대해서는 나무심기, 탄소 배출권 구매 등을 통해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바다숲의 높은 탄소 흡수력이 기업들에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갯녹음 확산 방지,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바다숲을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조성해야 하지만 정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민간의 바다숲 조성 사업 참여 확대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할 계획이다. 바다숲 조성 참여 기업에 대해 혜택을 주고 바다숲의 탄소 감축량을 기업의 배출허용량으로 승인받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도 강화할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 연안의 해수 온도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바다 사막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위기에 처한 바다에 생명을 불어넣고 해양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길은 바다숲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다. 올해 제11회를 맞이하는 바다식목일이 많은 국민들이 바다숲 조성에 동참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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