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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1년, 경제 원칙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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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부 회식 없습니다.
② 부장 주재 단톡방 없습니다.
③ 휴가 사유 보고할 필요 없습니다.
경제부장을 맡은 후 부원들과 공유한 3무(無) 원칙이다. "모든 책임은 부장이 진다"고 덧붙였다. 업무 외 부담은 덜고 노동 뒤 시간은 누리고 쉴 때는 자유롭게 쉬라는 실험이다. 당연한 걸 당연히 해 보자는 취지다. 이 조직, 저 기업 사정 왈가왈부하는 대신 나부터 솔선하자는 결심이다. 권한을 휘둘러 바꾸거나 이런저런 핑계로 흔들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영일(寧日)이 없는 일상, 간사한 마음이 원칙을 희롱할 때가 많았다. '라떼'를 곁들인 한잔 술로 폼도 잡고, '까똑까똑' 시도 때도 없는 깨알 지시와 충고로 뽐도 내고 싶었다. 걱정은 늘었다. 출입처는 넓고 부원은 없는데 다 휴가 가면 어쩌지? 중요한 공지가 누락되면 어쩌지? 소통이 막히고 불만이 쌓이면 어쩌지? 또 다른 자아의 치명적 유혹은 이렇다. '남들 안 하는 걸 유별나게,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 너도 그냥 누려!'
1년이 지나고 보니 '걱정도 팔자'였다. 3무로 인해 불거진 문제, 소홀해진 업무는 아직 없다. 다만 ①을 한 차례 깬 얘기는 뒤에 붙인다. 가끔 불편과 아쉬움이 돋으면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속삭인다. 원칙이란 그런 것이다. 선포는 멋들어지지만 과정은 고민과 걱정의 연속이다. 원칙이 선사하는 변화와 안정은 일관성과 상호 신뢰를 먹고 자란다.
윤석열 정부 1년, 경제 원칙을 꺼내 본다. 자유, 공정, 혁신, 연대로 쌓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 복원'이다. 말은 화려하나 실천은 초라하다. 그마저 대통령 한마디에 흔들리기 일쑤였다. 수출 부진과 무역 적자, 3고(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세수 펑크 등 경제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고, 전세사기 주가조작 같은 관련 사건은 불안을 증폭시킨다. 경제는 아프고 민생은 슬프다.
총체적 난국인데 총력 대응은 안 보인다. 선제 대응도, 후속 조치도 아쉽다. 위기의식은 무르고 자기반성은 없다. "전례 없는 복합위기" 반복 재생, 전 정부 책임 타령만 맴돈다.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만) 못하는 아이들의 남 핑계, 환경 탓이 떠오르니, 자칭 능력주의 정부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정책 발표, '비상'까지 붙인 회의 때마다 공들여 기사로 소개했건만 떠오르는 혁신은 없다. 고만고만한 서랍 속 대책의 확대 재생산이다. 정작 혁신 대상인 노동시간 개편은 후퇴일로다. 일부 경제 주체를 적으로 몰아세우는 분열의 경제는 연대를 조롱한다. 안전한 일터, 편안한 주거를 죽음으로 호소한 뒤에야 뒷북 연대가 가동된다. '투자 책임은 본인에게' '재력에 따라 과세' 공정은 희미하다.
잦은 시장 개입으로 자유는 산산이 부서졌다. 금리 개입으로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얘기보다 '빚투'가 슬그머니 늘고 있다는 소식이 더 크게 들린다. 전기요금 통제로 인한 한국전력의 대규모 채권 발행은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작용 단계다.
설득의 미학도 어설프다. 일단 던지고(5세 입학, 주 69시간) 여론이 악화하면 후다닥 접는다. 우리 부만 해도 막내 부원이 원한 회식이 실현되기까지 다른 부원의 의견 취합, 프로그램 준비까지 한 달 넘게 걸렸다.
윤 정부 1년, 스스로 정한 경제 원칙에 담긴 시대정신을 숙고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 개입은 자제하기 바란다. 이런 조언은 어떤가. "실력 없는 정부는 하면 할수록 마이너스만 되니까 잘 모르면 끼어들지 말라."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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