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공천 개입을 시사하는 녹취록이 1일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일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월 전당대회 직후 이 수석을 만나 ‘민주당이 한일관계와 관련해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 한마디 말하는 최고위원이 없냐’ ‘최고위원으로 있는 동안 마이크를 잘 활용해 대통령에게 보고가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보좌진에게 설명하는 내용이다. 지난 전당대회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당 장악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그 실태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이 수석과 태 최고위원은 한일관계나 공천 문제를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태 최고위원은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 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책 중심 의정이 무엇인지, 어떤 발언이 어떻게 과장됐다는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도 않고 이런 해명을 믿으라는 건가. 그가 언론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 것도 적반하장이다. 권력 감시는 언론의 당연한 사명이다.
전당대회 룰 변경, 나경원 전 의원 밀어내기 등 윤 대통령의 개입이 가시화했을 때부터 비판과 우려가 컸다. 결국 초점은 총선 공천권인데 대통령실의 직접적인 공천 개입은 용인되지도 않을뿐더러 민심과 괴리돼 총선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유승민 전 의원이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 개입 아닌지 수사하라고 하는 등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이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으나 대통령 비위를 맞추느라 민의로부터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 녹취록에 언급된 한일 정상회담만 해도, 여당의 역할은 윤 대통령을 무조건 지원사격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받지 못한 강제동원 피해자를 보듬고 후속대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김기현 대표가 선출됐을 때 대통령실-당 관계를 재정립하라고 했던 언론의 주문을 되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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