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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약물중독 연구소 설립의 필요성

입력
2023.05.03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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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학진흥협회는 12만 명의 회원을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비영리 과학단체이며, 세계적인 과학 저널 '사이언스'를 발간하고 있다. 14년간 이 협회 CEO로 활동한 앨런 레시너 박사는 1997년 사이언스에 흥미로운 제목의 논설을 발표한다. "중독은 뇌 질환이다. 그리고 그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 마약을 예로 들어 보자. 마약은 분명 불법이고, 관련자는 엄중한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관심을 '마약'에서 '중독'으로 돌리면 좀 다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중독이 어려운 이유는 높은 재발률에 있다. 의지와는 달리 쉽게 끊기가 어렵다. 사회경제 및 의학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지만 끊기가 어렵다. '마약'은 법적 처벌을 받지만 '중독'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이 부분을 사회가 놓치면 '중독'은 다시 '마약'으로 손을 뻗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독은 사회, 경제, 심리, 그리고 생물학적 이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인에 영향을 받는다. 원인이 무엇이든 일단 약물이 뇌에 들어오면 뇌는 변화를 일으킨다. 약물을 그 어느 것보다 높게 평가하고, 그것을 위해 위험도 무릅쓰도록 행동을 조정한다. 정상적 보상을 통한 만족을 벗어난 뇌는 부정적 결과에 대한 경고 신호를 모두 무시하고, 중독 대상을 우리 삶의 우선순위로 바뀌게 한다. 레시너의 말처럼 중독은 뇌 질환이고, 그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에는 총 27개의 연구소와 센터가 있다. 그중 약물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약물남용 연구소의 2023년 예산이 무려 2조5,000억 원이다. 약물중독 연구와 치료 및 관리를 위하여 국가 차원에서 실로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마약 인구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보건의료적 차원에서 중독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국립약물중독 연구소 설립을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할 때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약물중독의 뇌과학적 연구와 그 예방을 위한 교육 및 홍보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불법적인 요소는 더욱 엄중히 다스리되, 치료와 재활을 병행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것이 오히려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을 적게 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다각적인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다.


김정훈 연세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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