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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대전, 한국은 어디에 서 있나

입력
2023.05.03 00:00
26면

기술 급변에도 조직 변화 둔감한 기업
대학은 정원규제, 필요인력 공급 안돼
경쟁 낙오 안되려면 총괄적 준비 필요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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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놀라운 챗GPT의 능력을 실감하며,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역사상 어떤 인간도 할 수 없었던 독서량을 바탕으로 챗GPT는 기존 AI가 가졌던 '기계가 만든 어색한 글'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의 글을 빠른 시간에 쓸 수 있게 되었다. 인간에 의한 글 평가 피드백을 활용하는 강화 학습법을 통해 과거 한계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2016년 이세돌 9단이 딥마인드의 알파고에 1승 4패로 패배하면서 인공지능은 한국 국민에게 최초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실생활에서의 영향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바둑 분야에서 많은 기사들이 연습에 바둑 프로그램을 쓰게 된 것과 많은 인공지능 산업 및 서비스에 대해 정부 지원, 민간 투자가 높아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알파고에 비해 챗GPT는 실제 인간보다 나은 질문 대답 능력으로 일선 경영에서 그 활용에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직장평가사이트 글래스도어의 소셜플랫폼인 피시볼의 1월 조사에 따르면 이미 30%의 직장인들이 업무에 챗GPT나 AI프로그램을 쓰고 있다.

챗GPT를 통한 강력한 혁신을 이루려면 조직 자체도 변해야 하는데, 기술 대비 조직의 변화속도는 매우 느리다. 따라서 괄목할 큰 변화에는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개인 차원의 변화는 일단 화이트컬러라고 불리는 지식노동자 가운데서도 직장 1~2년 차 수준의 초보자들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자료 조사 및 정리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현재 사회에 나서려는 대학 졸업자 등 젊은이들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 AI가 업무 생산성을 올리며 인력 대체효과를 보일수록, 지식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챗GPT 활용을 위한 명령인 프롬프트를 잘 쓰는 방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조직 차원에서는, 성과를 얻기 위해 조직이 기술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궁극적 변화를 위해서는 신규 정보와 제안을 받아들여 조직 의사결정이 바뀌는 것이 정규화돼야 하는데 국내 조직들이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 걱정스럽다.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었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등이 잠시 엄청난 관심을 받다가 흐지부지되고 실제 성과가 나지 않았던 이유는 국내 조직의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의사결정 단계가 보통 5~6단계에 이르는 조직들의 의사결정 구조는 변화의 수용을 어렵게 한다. 매우 자세한 분석과 실제 변화 안내가 주어지고 지켜지지 않으면 변화는 일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챗GPT 같은 디지털 혁신을 실현할 인력도 매우 부족하다. 우리 대학의 경직된 학과 정원 규제로 국가와 조직이 필요한 인력은 제공되지 않았고, 지금 일어나는 고무적 변화도 안타깝지만 규모가 작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변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현재 AI 시장에서는 많은 관련 기업들이 챗GPT 덕분에 관심을 받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챗GPT에 연결되는 연동 서비스 제공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만큼 챗GPT와 맞설 한국의 초거대언어모델과 관련 AI서비스들에 대한 개발 및 변화, 정책적 지원의 시급성이 요구되고 있다. 단순하고 일률적인 전시성 예산 투여가 아닌, 실제 활용을 위한 전략이 개인과 기업, 국가정책 수준에 걸쳐 세심히 준비돼야만 한다. 그래야만 세계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우리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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