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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땐 기업·은행 살리더니"…전세금 보장은 왜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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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피해자 단체는 피해자 요구가 빠진 '보여주기식' 대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른바 '선(先)보상 후(後)구제' 방식인 전세금 채권매입 방안이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피해자 단체는 1998년 외환위기(IMF사태) 당시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 기업과 은행을 구제한 사례를 거론하지만, 정부는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2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에는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 부여 △공공매입 통한 임대 공급 △조세채권 안분 등 그간 피해자들이 요구한 내용이 적잖게 담겼다. 하지만 그간 피해자 단체들이 강하게 요구한 '떼인 전세금을 정부가 우선 돌려주는 방안'은 제외됐다.
이에 피해자 단체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 IMF사태 당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인수한 사례가 있다"며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전세사기 사태는 사회적 재난인 만큼 IMF 때처럼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구제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의 전세금 직접 보장 방안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본보가 IMF사태 당시 자료(한국은행·기획재정부)를 확인한 결과, 정부는 101조 원에 육박하는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38조7,000억 원에 할인매입했다. 특히 담보 여부에 따라 할인율을 달리 적용했는데, 무담보채권에 적용된 할인율은 97%였다. 100만 원짜리 채권을 3만 원에 사들였다는 뜻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기관 10곳 중 3곳(28.8%)은 문을 닫거나 강제합병됐다. 일반 기업도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줄줄이 정리됐다. 혈세가 투입된 건 맞지만, 금융기관과 기업 역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는 구조였다.
인천 미추홀구 사례처럼 금융권 선순위 채권이 대거 끼여 있는 경우엔 회수 가능성이 극히 낮아 채권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다. 추심업체의 일반적 기준을 적용하면 채권가격은 원금의 10~20% 수준이다. 피해자는 최대 20%만 건지고 전세금반환청구권리를 포기해야 한다. 돈은 일부 건지더라도 당장 주거지를 비워야 하는 등 문제가 복잡해진다.
혈세를 투입해 전세금을 전부 보장해주는 방안은 헌법 체계에 어긋날 뿐 아니라 다른 사기 피해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전례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빚을 10년 이상 진 이들의 1,000만 원 이하 빚을 전액 탕감해 준 적이 있지만, 이 역시 이미 헐값에 사들인 부실채권을 털어낸 거라 액면가 그대로 빚을 탕감해준 건 아니다. 혈세 투입도 없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선 보장 방안에 대해 "넘을 수 없는 선"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배경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대한의 정부 대책이 필요하지만 선 보상 제도는 그 자체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빌라는 유찰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해 피해자가 조금 더 할인된 가격에 임차주택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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