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사악한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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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MZ세대의 놀라운 행동에 대한 기사였다. 그러니까, 후배에게 축의금 10만 원을 대신 내줄 것을 부탁했는데, 그 후배가 1,000원을 수수료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기사는 이것을 작년 11월에 올라온 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에서 인용했음을 알리며, 최근 MZ세대의 사고방식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말하며 끝을 맺었다. 누군가는 MZ세대의 사고방식이 특이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개인 사례를 두고 세대 전체를 깎아내릴 수는 없었다고 하고.
뉴스 검색에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이라는 문구를 한번 검색해 보시라. 그러면 마치 템플릿이라도 만들어져 있는 듯, 비슷한 형태의 기사를 꽤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 중 화제가 될 만한 기기괴괴한 사연들을 적당히 요약해서 올리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그 사연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문단으로 적당히 기사를 끝내고.
그런데 나는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기괴하기 그지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생각해 보라. 이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거의 누구든지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다. 그렇게 쓰인 수많은 사연들이 현실에서 진짜로 일어났다는 확신을 어떻게 하나? 내가 앞서 언급한 사연이 진짜 일어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의 두뇌 속에서만 일어난 일일 수도 있다. 나는 그토록 신빙성을 담보할 수 없는 글이, 추가 취재 없이 신문 기사로 그대로 올라온다는 것이 너무 기이하다.
물론 대부분의 커뮤니티에 회원가입 절차가 필요하기는 하다. 그러니 '○○○가 무슨 나쁜 짓을 했대요' 같은 글은 죄가 될 수도 있으니 함부로 올리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누굴 특정하지 않고, 그냥 가상의 인물로 사연을 만들면 그게 무슨 범죄가 되겠나? '블라인드'나 '에브리타임'처럼, 회원 가입을 하려면 특정 집단(각각 회사와 대학)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계정을 구매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렇게 만들어진 썰은 가끔 그 자체로 해롭다. 예를 들면 MZ세대의 정신 상태가 정말 이상한 이유를 드는 이야기가 창조되고,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이야기 때문에 MZ세대와 다른 세대의 갈등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이 가상에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이 현실에 우선하여 세상을 직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별다른 필터링 없이 기사화하는 것은, 불길에 휘발유를 붓는 일이나 다름없다.
음모론적으로 생각을 펼쳐 보면, 여론의 자가발전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어떤 가상의 언론이 어떤 이유든 간에 사회에 특정한 갈등을 만들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악한 언론은 만인이 공분할 만한, 특정 집단을 공격하는 사연(그러나 딱히 진실은 아닌)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만들어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그 사연이 그대로 기사로 올라오고, 갈등은 퍼져 나간다. 이런 자가발전이 계속되면서 없던 갈등이 진짜로 생긴다. 분노로 가득 찬 사회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뭐, 이건 나의 극단적인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의 사연을 그대로 기사화하는 것이 게으르고 위험한 일이라는 것만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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