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백악관에서 26일(현지시간) 열린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미 공식 환영식은 여러모로 지난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중 때를 떠올리게 한다. 외교에서 의전이 전부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의전과 현장의 우호적 분위기가 양국관계의 정서를 가시적으로 반영한다면, 미국의 이번 환영식은 국빈에 대해 정중하면서도 우아한 환대의 모습을 연출했다. 반면,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땐 같은 국빈 방문임에도 난감할 정도로 홀대 분위기가 뚜렷했던 걸로 기억된다.
▦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미국으로서도 한국을 ‘인도ㆍ태평양전략’의 확고한 동맹국이자, 자국 중심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정책의 협력국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 위한 중요한 외교 이벤트다. 반면, 2017년 문 대통령의 방중은 한반도 사드 배치로 얼어붙은 양국관계를 풀기 위해, 중국의 미온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측에서 애써 서두른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당시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진행된 공식 환영식 분위기도 썰렁했다.
▦ 국가원수의 외국방문 중에서도 최상급인 국빈방문은 통상 모든 의전에서 최고의 예우를 갖춰 우호를 과시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 환영식은 사회조차 없이 양국 정상이 입장해 국가 연주를 듣고, 약식 사열만 한 후 환영사나 답사도 없이 곧바로 퇴장하는 최소한의 의례만 치렀다. 환영식 동영상을 보면 정상 간 교감은커녕, 문 대통령을 맞는 시진핑 주석의 표정에선 귀찮거나 따분해하는 기색마저 느껴질 정도다.
▦ 공식 환영식이 그랬으니, 환영식이 하루 연기되는가 하면 리커창 총리가 오찬을 회피하고, 왕이 외교부장이 악수 때 문 대통령의 팔을 다독이는 등 무례한 일이 끊이지 않았다. 환영 국빈만찬은 고사하고 ‘혼밥’을 한 거나, 한국 취재기자 폭행사건도 국빈 홀대 사례로 지적된다. 중국은 늘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난한다. 하지만 우리 국민에게 모멸감을 줬던 당시 중국의 고압적 태도를 돌아보면, 겉으로라도 상호존중의 선린관계를 보여줘야 하는 외교 의전에서는 미국에 한참 뒤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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