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화-대우조선 결합 조건부 승인…“가격 차별 금지”

입력
2023.04.27 16:02
수정
2023.04.27 16:0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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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15년 만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경쟁사 차별 금지 조건 내걸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으로 확정됐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시도한 지 15년 만이다. 다만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도 경쟁사 차별 금지와 같은 전제 조건을 달았다.

공정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등 한화 계열사 5곳이 대우조선해양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한화는 대우조선해양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달 19일 공정위에 이를 신고했다.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내건 이유는 양사의 결합으로 다른 경쟁사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5년간 매출을 보면 한화는 13개 함정부품 중 전투체계·엔진 등 10개 시장에서 국내 시장점유율이 64.9~100%에 달하는 1위 사업자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잠수함 시장 점유율 1위(97.8%), 수상함 시장에선 점유율 2위(25.4%)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방위사업청의 함정 발주는 기술능력평가(80%)와 가격평가(20%)로 낙찰자를 선정하는데, 공정위는 한화가 함정 부품에 관한 정보를 대우조선해양에만 제공하거나, 싼 가격에 부품을 공급할 경우 낙찰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전날 전원회의를 거친 공정위가 내건 시정조치는 세 가지다. 입찰 시 ①대우조선해양과 경쟁사에 함정 부품 가격을 다르게 제시하거나 ②대우조선해양의 경쟁사가 한화에 함정 탑재 장비의 기술정보를 요청했을 때 부당하게 거절하거나 ③경쟁사로부터 취득한 영업 비밀을 계열회사에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한화는 시정조치를 3년간 준수하고 반기마다 이행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3년이 지난 후 시장 환경을 다시 점검해 시정조치 연장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항법장치·함정전투체계·함포·함정용 발사대 등 한화가 유일한 공급자이거나 1위 사업자인 10개 함정 부품을 함정 건조업체가 직접 구매하는 도급 시장에 적용된다. 정보 비대칭으로 민간 시장에선 적극적인 감시가 어렵다고 본 것으로, 방위사업청이 직접 함정 부품을 구매할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시장에서도 경쟁제한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조치를 부과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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