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충격·영업이익 95% 폭락...삼성전자 "역대 최대 투자로 위기 돌파"

입력
2023.04.27 16:0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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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분기 반도체 부문만 4조5,800억 적자
갤럭시S23 선전으로 손실 만회
"하반기 수요 회복...선제 투자"

2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2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핵심 제품인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부진으로 인해 올해 1분기 반도체 산업에서 4조5,8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13조 원이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시설과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해 장기적으로 기술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27일 공개한 2023년 1분기(1∼3월) 실적을 보면, 전체 매출액은 63조7,454억 원, 영업이익은 6,40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액은 18.05%, 영업이익은 95.47%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국제 경제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로 구매 심리가 대체로 둔화한 것을 원인으로 들었다. 영업이익이 1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14년 만이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주력 사업인 반도체 중심의 DS부문이 매출 13조7,3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영업손실도 4조5,800억 원에 이르렀다.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모두가 수요 부진에 시달렸다. 완제품인 정보기술(IT) 기기 전반에 걸친 수요 침체가 이어지면서 부품인 반도체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정보기술(IT) 기기 중심의 MX·네트워크 부문은 매출 31조8,200억 원, 영업이익 3조9,4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200억 원 정도 늘었다. 1분기에 출시한 갤럭시S23 시리즈가 성과를 내면서 반도체 부문의 손실을 만회했다.

TV 등 VD·가전 부문은 매출 14조800억 원, 영업이익 1,900억 원을 기록했다. 적자 상태였던 직전 분기보다 나아졌지만 지난해 1분기에 비해서는 매출이 9%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6,100억 원 줄었다. 삼성전자는 가전 부문에 대해 "시장 비수기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수요가 위축됐지만 운영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전장 사업을 맡은 하만도 매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17%, 19% 감소했다.



실적 위기에도 연구·시설투자 확대... "미래 준비"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공정이 진행되는 클린룸.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공정이 진행되는 클린룸.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1분기의 반도체 실적 악화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재준 DS부문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IT 분야에서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투자를 보수적으로 하고 있고 고객사들이 계속 재고 조정에 나서면서 수요 회복이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모바일과 컴퓨터 제조사들은 2분기부터 재고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거시경제 상황에 따른 소비 심리 추이가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다만 회사 측은 하반기 이후로는 수요가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일 잠정실적 공개 때 반도체 가격 하락에 대응해 감산에 돌입한다고 밝혔지만 그 대상 제품은 이미 물량이 확보된 구형 제품이고 첨단 반도체는 조정 없이 생산량을 계속 유지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미래 준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분기에 R&D에 6조5,800억 원 시설에는 10조7,000억 원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R&D 투자 규모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이고 시설투자도 역대 1분기 중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됐다. 시설투자 중 92%인 9조8,000억 원은 반도체에 들어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은 공장을 향한 투자가 꾸준히 이뤄져야 하고 공정이 양산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도 매우 길다"면서 "반도체 공정이 갈수록 미세화하고 개발 난이도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선제 투자를 강화해 중장기 공급 대응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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